[028일][09월28일][백일글쓰기2] 지역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그만두며
처음은 단순했다. 초등학교에 오케스트라가 있었고, 3학년부터 참여 가능했다. 아이는 선배들이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학교 오케스트라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2학년 겨울, 갑자기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1년 후, 초등학교 4학년이
되자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할 수 있게 되었다. 4학년이 끝나갈 무렵, 학교 오케스트라 지휘자 선생님께서 연습을 빠지 않고 꼬박꼬박 나오는 성실함을 칭찬해주셨다. 그리고는 지역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추천해주셨다. 매주 토요일 오전에
연습하니, 함께 하자고 손을 내밀어 주신 것이다. 아이와
의논을 해보니, 더 연습한 후에 가겠다고 했다.
6개월 후, 오디션을 보러
갔다. 오디션 곡은 당시의 아이 수준에 맞게 팝송 <My
Way>을 연주했다. 지휘자 선생님, 파트
선생님들과 단원들 및 자모들이 모두 오디션을 지켜보는 가운데, 아이는 사정없이 떨면서 끝까지 연주했다. 박자를 놓치고 감성은 흐트러졌다. 오디션에 합격하고, 바로 다음 주부터 연습에 참여했다. 초등학교 5학년이 할 수 있는 수준의 연주를 하면서 선배 단원들과 호흡을 맞췄다. 생애
처음으로, 어쩌면 전 생애를 딱 한번 연주해볼까말까한 명곡들을 배웠다.
아이는 음악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선배 단원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틈틈이 연습했다.
입단한 지 3개월만에 공연에 참여하게 되었다. 가을 밤 야외 공연을 지켜보면서, 아이가 실수할까봐 손에 땀을 쥐면서
관람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보다 엄마가 더 지칠 정도로 잔뜩 긴장을 하고 말았다. 공연은 정말 훌륭했다. 선배 단원들의 놀라운 실력에 감탄하며, 지휘자 및 파트 선생님들의 지도력에 감사하면서 몰입했던 15분이었다. 15분이 지나자 연주는 끝이 났다. 감미로운 선율은 머리 속에 그리고
가슴 속에 스며들었다. 엄마들은 그 잊지못할 장면을 동영상으로 남겼다.
2016년 7월부터 2019년 9월까지 3년
3개월동안 활동한 정든 오케스트라를 오늘을 마지막으로 떠나려 한다. 오늘이
지휘자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지휘자 선생님이 오케스트라를 떠나신다. 3년 3개월 동안 수 많은 일들이 있었고, 모든 단원과 자모들은 서로를 지탱하며 고비를 넘겨왔었다. 그런 모든
추억을 뒤로 하고, 떠나는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다음
주부터는 토요일도 늦잠 자는 날로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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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 : 5.7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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