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7일][09월27일][백일글쓰기2] 정해진
시간 안에 일정 분량의 글을 쓰는 훈련은 중요하다
오늘 문득 루쉰의 <고향>의
마지막 구절이 떠올랐다. 9월 19일에 19번째로 쓴 글인 <루쉰의 단편소설 고향을 읽고>에 인용된 문장이다. 글을 올린 다음 날 백일글쓰기 코치님은
카페에 잘 번역된 글을 올려 주었다-19번째 글에서는 <고향> 원문을 직역해서 올렸었다. 한국어답게 아름답게 번역된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생각건대, 희망이란
원래부터 있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고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은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원래 땅 위에는 길은 없었다. 걸어다니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길이 되는 것이다."(p55)
서경식 <내 서재 속 고전> 중에서
오늘 오전 이 아름다운 문장을 SNS에 공유했다. 그와 동시에 19번째 글을 다시 읽어봤다. 매일 일정 분량의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은 9번째 글인 <매일 꾸준히 원고지 10매을 쓰려고 노력한다>에서 밝힌 바 있다. 글쓰기를 시작한지 100일하고도 37일된 입문자가 매일 원고지 10매 분량을 써내는 것은 쉽지 않다. 글의 품질을 유지하려 노력을
하지만, 하루 동안 글감을 찾고, 주제를 정하고, 글을 써내려 가야 하니 항상 시간에 쫒긴다. 어떤 날은 엉망진창인
글이 나오기도 한다. 누구인들 엉망진창인 글을 세상에 내놓고 싶겠는가?
그래도 하루 안에 글을 써내려 하는 이유는 뭘까?
백일글쓰기 33기에서 코치님이 올려준 글쓰기 조언 중에는 ‘마감시간을 지키라’1)는 내용이 있었다. 매일 일정 분량의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만큼 중요한 것은
정해진 시간 내에 써내는 것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이 글을 읽고, 신문기자도
아니고 꼭 그래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백일글쓰기가 진행되는 동안 매일매일 원고지 10매를 쓴다는 것은 엄청난 집중력과 에너지가 필요한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양’은 사고의 깊이와 폭이 필요한 일이었다. ‘질’은 사고의 조직화와 문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여기에 ‘마감’이라는 변수가 더해지자 곧 엉망진창이 되었다. ‘양’, ‘질’, ‘마감’ 이 모두를 다 사수하는 작가들이 존경스러웠다.
1) 어느 유명 작가가 한 조언인데, 정확히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방금 전까지 33기 카페에 가서 찾아봤으나, 짚더미에서 바늘 찾기였다.
글쓰기 입문자인 나로서는 셋 다 지키지 못할 것 같으면 최소한 둘은 지키고 싶었다. 매일매일 글을 써내야 하니 ‘마감’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요소이다. 그러면 남은 것은 ‘양’과 ‘질’이다. 때때로 이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나 영원한 포기는
아니다. 잠시의 양보이다. 이제 겨우 100개 하고도 37개의 글을 썼을 뿐이다.
오늘 다시 읽어 본 19번째 글 <루쉰의
단편소설 고향을 읽고>는 구조가 엉망이었다. ‘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마무리도 ‘길’이어야 했는데, ‘길’로 시작해서 ‘현재’로
끝맺은 이상한 글이 되어 버렸다. ‘현재’를 이야기한 뒤
다시 주제인 ‘길’로 돌아왔어야 했다. 결국 19번째 글은 미완성인 채로 남게 되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첫째는 글감을 정하지 못하다가 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글을 쓰다 보니, 마음이 급했다. 후딱
써야겠다는 생각이 드니, 시야가 좁아져 버린 것이다.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 둘째는 루쉰의 사상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고작 <고향> 한 편을 일고 글을 썼기 때문이다. 글감에 대한 파악이 덜 되어있었으니, 결과물도 요상하게 나온 것이다. 루쉰은 절대로 가벼운 작가가 아니다. 그의 성장 과정은 왠만한 통속
드라마 저리가라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린비 출판사의 <루쉰
전집>은 20권에 달한다. 사마천의 <사기> 완역본
7권과 비교해봐도, <사기>를 훌쩍 뛰어넘는 분량이다. 겨우 몇 페이지의 글을 읽고 단상을
쓰려고 한 내 자신이 무모하게 느껴진다.
글쓰기는 정말이지 쉽지 않다. 글 안에는 내가 담겨져 있기 때문에, 글쓰기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게다가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려면
꾸준히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만 한다. 어떤 주제로 글을 쓰던, 글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연결되어져야만 한다. 만약 타인과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글은 죽은 글이 되어버린다. 나 이외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은 인간의 삶의 문제를 건드려야만 가능하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관점, 분석, 논리가 있어야 한다. 용기는
내 스스로 내면 된다. 하지만, 깊고 넓은 사고는 시간을
요한다. 이것이 글을 쓰기 쉽지 않은 이유이다.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더 많은 독서와 사유(思惟)를 하게 되었다. 매일매일 일정 분량의 글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어느 날은 성공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실패하기도 한다. 이제 겨우 100개 하고도 37개의 글을 썼을 뿐이다. 하루하루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매일매일 성공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글자수 : 1846자(공백제외)
원고지 : 12.3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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