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일][09월20일][백일글쓰기2] 시간에
대하여 3편 : 사라진 현재
1987년에 개봉한 영화 <백투더퓨처>는 과거로의 여행을 간 주인공이 과거에서 자기 가족들을 만나고 미래로 돌아오는 과정을 그렸다. 1990년에는 2015년의 미래로 간 주인공이 다시 과거로 돌아오는
과정을 그린 <백투더퓨처2>가 개봉되었다. 이 영화로 인해 시간여행에 대한 여러 드라마와 영화들이 등장했다. 그런데
이 시기의 시간여행에서는 과거나 미래로 간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나 ‘미래의
나’와 조우해서는 안된다. 시간 충돌에 의해서 존재 자체가
소멸되기 때문이다.
2019년 넷플릭스를 통해서 발매된 드라마 <다크> 에서는 사람들이 미래와 과거를 넘나들며 다양한 사건의
파장을 만들어낸다. 한편은 과거, 현재, 미래에 상관없이 일어나야 할 사건들이 반드시 일어나도록 지키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사건들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과거와 미래가 서로 영향을 받다보니 현재조차 헷갈릴 지경이다. 게다가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현재의 나’는 과거에서 ‘과거의 나’를
만나고, 미래에서 ‘미래의 나’를 만난다. 마치 분신술을 쓰는 것처럼 여러 시점의 ‘나’를 다시 과거나 미래로 보내는 복잡한 궤적을 그린다.
1987년과 2019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시간여행의 기본 원리가 정반대로 바뀐 걸까? 그 사건은 바로 양자물리학의 발전에 있다. 양자물리학을 통해 시간
개념을 바꾼 사람은 바로 아인슈타인(1879~1955)이다. 아인슈타인은
1903년에 전자기 실험을 하다가 움직이는 물체에서는 시간이 지연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사람은 멈춰있는 사람에 비해 시간지연이 생긴다. 즉, 시간이 느려지게 된다. 이 이론은 쌍둥이 중 한 명인 A는 빛의 속도로 우주여행을 하고 다른 한 명인 B는 지구에 남아있는
이야기로 설명된다-다큐멘터리 <코스모스>의 한 장면이다.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온 A는 지구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쌍둥이 형제인 B가 매우 늙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A에게는 몇 년이 흘렀지만, B에게는 수십
년이 흘렀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A와 B 중 누가 현재를 살고 있는가? 지구에 있는 B를 기준으로 보면 A는 과거의 사람인가? 우주에서 돌아온 A의 기준으로 보면 B는 미래의 사람인가? 그렇지 않다.
A와 B 둘 다 자신의 현재를 살고 있다. 지구에
남은 B는 자신만의 고유 시간 t를 진행했고 B도 우주선 속에서 자신만의 고유 시간 t’를 진행했다. 단지 t와 t’간의 속도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이것으로 지구에서 말하는 현재가 우주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동일한 시간 체계에 살고 있다. 지구를
커다란 비누 거품이 둘러싸고 있다고 상상해 보시라. 이 비누 거품안에서는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같다. 그러므로 그 거품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현재이다. 만약
인류가 화성에 이주정착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화성의 하루는 24시간 39분 35초, 1년은 687일이다. 화성이주민들의
하루는 24시간이어야 할까? 24시간 39분 35초이어야 할까? 1년은
687일이어야 할까? 365일이어야 할까? 하나의 행성이므로 화성의 시간 시스템을 따라야 할까? 지구의 식민지이므로, 지구의 시간 시스템을 따라야 할까? 만약 쌍둥이 A가 화성에 이주해 있고, 다른 쌍둥이 B가 지구에 남아있어서 A와 B가
통화를 한다고 치자. B가 A에게 지금 뭐해라고 묻는다면, B의 질문은 A에게 약 15분
후에 도착한다. A가 밥을 먹고 있다면, B는 다시 15분 후, 즉 질문을 한 시점으로부터 총 30분 후에 답을 듣게 된다. 이처럼 화성과 지구만 해도 현재가 달라질
수 있다. 화성에는 화성의 현재가, 지구에는 지구의 현재가
존재할 뿐 이 둘이 같을 수는 없다. 이것으로 지구의 둘러싼 거품방울과 화성을 둘러싼 거품방울이 다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두 행성의 시간 시스템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좀 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각각은
모두 다 다른 현재를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 사람을 둘러싼 시간 거품을 상상해 보자. 어떤 사람 C는 지표면 위에 살면서 마치 영화<설국열차>에서처럼 고속 열차를 타고 계속 이동 중이고 어떤
사람 D는 산꼭대기에 살며, 가만히 누워있다고 치자. 이 둘의 시간은 동일할까? 이 둘의 현재도 동일할까? <시간에 대하여 2편>에서
언급했듯이 지표면의 시간은 산꼭대기보다 더 느리다. 그리고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은 느려진다. 이 두가지 법칙을 적용하면, C의 시간은 D의 시간보다 지연된다. 즉, 더
느리다. 이 시험을 아주 긴 세월동안 진행하게 되면, C와
D의 시간차는 더 커지게 된다. 이처럼 양자물리학이 밝힌
바에 따라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던 현재는 사라졌다. 대신에 현재는 개개인에 적용되는 각기 다른 수
많은 현재들로만 존재한다. 지금 이 순간 글을 쓰고 있는 나와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현재가 다른 것처럼
말이다. 또한 시간의 속도도 개개인마다 다르다. 나와 당신의
시간은 물리적으로 동일한 양일지 몰라도 개념적으로는 다르다. 이것을 더 확연히 드러낼 수 있는 사건이
바로 우주여행이다.
글자수 : 1935자(공백제외)
원고지 : 12.8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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