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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일][09월15일] 시간에 대하여


[015][0915][백일글쓰기2] 시간에 대하여
#연금술사 #백일글쓰기 #숭례문학당 #시간개념 #현대시간

1784년 영국에서 운행시간표를 붙인 마차 서비스가 운영되기 시작했다. 시간표에 명시된 것은 출발시각뿐이었다. 도착 시각은 없었다. 당시만 해도 영국의 각 도시와 타운은 각자의 현지 시간이 따로 있었고, 이 시간은 런던 시간과 크게는 30분까지 차이가 났다. 런던이 12시면 리버풀은 1220, 컨터베리는 1150분이었다. 전화나 라디오도 없었고 TV나 급행열차도 없던 시대였다. 시간을 누가 알 수 있었겠으며 누가 상관했겠는가? 최초의 상업용 기차가 리버풀과 맨체스터 사이에서 운행을 시작한 지 10년 뒤인 1830년에 최초의 기차 시간표가 나왔다. 기차는 마차보다 훨씬 더 빨랐으므로, 현지 시각의 변덕스러운 차이가 심각한 불편을 초래했다. 1847년 영국의 열차 회사들은 머리를 맞대고 이제부터 모든 열차 시간표를 리버풀이나 맨체스터나 글래스고의 현지 시간이 아니라 그리니치 천문대 표준시에 맞추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기관들이 열차 회사들의 모범을 따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1880년 영국 정부는 영국의 모든 시간표는 그리니치를 따라야 한다는 법률을 제정했다. – <사피엔스> 499~500페이지, 유발 하라리, 김영사


아이가 막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였다. 아이와 같은 반 엄마가 함께 헤어샵을 가자고 했다. 내일 10시 시계탑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다음 날 955분에 시계탑 앞으로 갔다.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전화를 해볼까 망설이다. 오고 있는데, 전화하면 실례일 것 같아서 그만 두었다. 15분이 흐른 뒤에 전화를 했다. 그러자 오늘은 이러이러해서 못가겠다고 했다. 허탈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현대인은 약속을 할 때, 구체적인 시간을 명시한다. 스마트 폰이 나오기 전에는 모두들 왼쪽 손목에 시계를 차고 다녔었다. 매시 정각에 뉴스가 시작하면 손목위의 시계 바늘을 맞추기도 했다. 또한 현대인은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생활을 한다. 직장에 9시까지 출근해야 하고, 7시까지 근무해야 한다든지. 학생들은 850분까지 등교하지 않으면 지각 처리 된다든지. 시내버스 정류장에 00번 버스는 매 15분마다 도착한다든지. 현대인에게 시간은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중세에는 시간의 개념이 현대보다 느슨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약속을 정할 때, “해가 머리 위로 올 때 광장에서 만나자라든가 눈이 내릴 때 돌아오겠다는 식이다. 해와 달의 움직임, 계절의 변화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시계가 없던 시대에는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달이 저 산 위에 걸릴 때라는 표현이 가능한 것이다. 중세 유럽의 마을에 한복판에는 광장이 있었다. 그 광장을 중심으로 가장 중요한 건물들이 포진한다. 바로 성당과 교회이다. 마을의 한 중간에서 성당과 교회는 매시간 종을 울렸다. 사람들은 그 종소리를 근거로 시간을 알았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마을의 성당과 교회가 동시에 종을 울릴 필요는 없었다. 모든 성당과 교회가 관리하는 범위는 오직 그 성당과 교회가 서있는 마을일 뿐이지, 다른 마을은 관심밖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각 마을마다 시간이 달랐던 것이다. 각 마을마다 자기 마을만의 시간이 있었다.

산업화가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공장이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더라도 시간은 그 공장을 기준으로 움직이면 되었지, 옆 공장과 같을 이유는 없었다. 각기 다른 체계로 움직였던 시간을 통일한 것은 증기기관이었다. 증기기관으로 기차가 등장하자, 처음에는 화물을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시켰다. 그러다가 사람들을 실어나르기 시작했다. 기차가 역에 도착해 보니, 그 역이 속한 시간 시스템은 이전 역보다 10분이 느리다면, 역에 정차하는 시간은 10분을 더 주어야 한다. 그 다음역이 지금 역보다 20분 빠른 시간 시스템을 갖는다면, 기차는 그 다음역에 언제쯤 도착하게 될까? 모든 역이 다른 시간을 갖는다면, 운송시스템이 복잡해지고 효율성이 떨어진다. 결국, 앞의 인용문과 같이 증기기관으로 인해 시간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일되었다. 그리고 자전하는 지구를 1시간씩 시간차를 두고 시간대를 나누었고, 하나의 시간대안에 속한 지역은 모두 같은 시간을 갖도록 통일되었다.

21세기에는 시간은 더욱 더 정밀해지고 정확해졌다. 사람들은 더 이상 시계를 보지 않는다. 하지만 곳곳에 시간을 알려주는 장치들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끊임없이 시간에 신경을 쓴다. 버스와 지하철을 시간에 맞춰 도착하고 떠난다. 통장안의 돈은 매달 정확한 시간이 되면 카드회사나 보험회사에서 인출해 간다. 하다 못해 어린 아이들까지 시간에 맞춰 분유를 먹는다. 일을 하지 않는 전업주부들도 자기 자신만의 시간표대로 움직인다. 20세기만해도 집안, 건물안, 도시안에서는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시계가 있었고,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시간을 확인했었다. 21세기에 들어서는 시계는 모두 사라졌다. 대신에 기계들이 때가 되면 시간을 알려준다. 버스 정류장에서는 내가 탈 버스가 3분 후에 도착한다고 알려준다. 사무실에서는 퇴근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사무실의 형광등이 꺼진다. 기계들은 입력된 시간표대로 움직이고, 사람들은 기계의 시간표대로 움직인다. 기계의 알림에 의존하는 일상생활은 시간의 흐름을 잊게 만든다. 어느덧 여름이 가고 겨울이 오지만, 사람들은 변화에 무감각하다. 예전에는 계절을 탄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렸지만, 21세기에 들어서는 그런 말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대신에 태풍, 대설, 호우와 같은 사건들만 존재한다. 만약 항상 같은 온도, 같은 습도를 유지하고, 날씨마저도 항상 같은 세상이 온다면, 인간은 더 이상 늙지 않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시간이 더이상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글자수 : 2194(공백제외)
원고지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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