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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일][09월12일] 습관의 힘


[012][0912][백일글쓰기2] 습관의 힘
#연금술사 #백일글쓰기 #숭례문학당 #작심삼일 #습관

방금 엄청난 장면을 목격했다. 여야정치인이 회의장에서 격렬하게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회의가 끝나자 하나둘씩 일어나 자리를 뜨고 있었다. 어떤 정치인이 분이 덜 풀렸는지 계속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었다. 그러자 상대방이 다가가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얼래?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도 상대방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한다. 영상의 제목은 바로 습관의 힘이었다. 습관은 정말 무서운 것이다.


나는 원래 작심삼일형 인간이었다. 20대까지는 2200개의영어어휘책, 영어문법책, 토익책을 사서 며칠 공부하다가 던져버리고는 했었다. 그러다가 30대 초반에 영어 공부에 빠져 들었다. 이른 아침 눈을 뜨자마자부터 늦은 밤 잠들 때까지 일을 하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영어 공부에 투자했다. 당시 유행하던 오00의 생활영어7200이라는 영어회화 전집을 수차례 읽고 받아쓰기를 하고 외웠다. 어떻게 된 것일까? 시작은 한 달 간 저녁의 4시간 동안 했던 영어회화 전집 받아쓰기였다. 첫 며칠은 무척 어려웠지만, 하다보니 점점 받아쓰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외는 문장이 많아지니, 자신감도 생겼다. 딱 한 달을 집중하고 나니, 영어는 더 이상 재미없는 공부가 아니었다. 아는 것이 많아지니, 가장 재미있는 오락이 되었다. 일을 하고 나서 영어 공부로 스트레스를 풀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서내에서 영어를 쓰는 일은 나의 몫이 되었다.

정말로 나는 작심삼일형 인간이었다. 전문서적은 술술 읽어나갔지만, 철학이라든지 역사라든지 하는 책들은 삼분의 일을 넘지 못하고 읽기를 그만두고는 했다. 그러다가 동양 고전을 읽는 인문학 강좌가 무료라서 신청을 하게 되었고, <연암집> 완역본을 읽게 되었다. 생애 처음으로 도전하는 어려운 책이었다. 처음에는 까만 것은 글자이고 하얀 것은 종이일 뿐이었다. 그래도 매주 꾸준히 수업을 들었고, 강사의 요청대로 암송을 했다. 그러다 보니 15주가 지났고, 어느 새 <연암집>을 포함한 여러 권의 책을 읽었다. 종강하고 15주간 읽은 책을 책상 위에 쌓아봤다. 상당한 높이였다. 나는 작심삼일형 인간인데, 언제 이 많은 책을 다 읽었나 싶었다. 그리고 계속 더 공부했다. 2016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연암집>, <열하일기>, <논어집주>, <맹자>, <대학·학기 한글역주>, <중용한글역주>, <전습록 1,2>, <주자어류선집>, <사기> 완역본 등을 읽었다. 책을 읽는 동안은 마치 신선이 되어 구름 타고 노니는 기분이었다. 옛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며, 깊은 만족을 느꼈다.

나는 작심삼일형 인간이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일기를 써본 적이 없다. 국민학교 때, 어쩔 수 없이 써야 했던 일기는 몰아서 소설을 썼었다.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보고서는 제외하고 글을 써본 적이 없었다. 간혹 감성이 넘쳐서 글을 써보려고 노트를 꺼내 들거나 컴퓨터를 켜도 한두 문장만 쓰면 더 이상 쓸 말이 없어서 그만두고는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0일하고도 22일동안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처음에는 글을 쓰는 행위가 익숙하지 않아서 억지로 마음을 내어서 글을 썼다. 처음 10일이 지나면서 점점 매일 글을 쓰는 일이 일상이 되어갔다. 그리고 지금은 글을 쓰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하다. 중요한 일을 빠뜨린 느낌이 든다. 처음에는 글을 쓰기 위해서 머리를 쥐어짜내야 했다. 고통스럽게 짜서 나온 글은 쓰는 데에도 오래 걸렸다. 요즘은 어떤 내용을 써야 겠다고 대략적으로 정하고 나면, 술술 글을 쓰게 되었다. , 그렇다고 잘 쓴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술술 쓰게 되었다는 말이다. 글을 더 잘 쓰고 싶어서 독서도 더 면밀하게 하게 되었다. 읽고 생각하고 쓰는 과정은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었다. 이 세상을 모두 다 가진 느낌이다.

나는 정말로 작심삼일형 인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작심삼일형 인간이 아니다.

글자수 : 1462(공백제외)
원고지 :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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