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일][09월10일][백일글쓰기2] 나의
독서법
#연금술사 #백일글쓰기
#숭례문학당 #독서법 #신바람나는독서
#신바람나는글쓰기
오늘은 백일글쓰기 34기의 10번째
날이다. 오늘은 미션 글쓰기를 하는 날로, ‘자신의 독서취향’을 주제로 글을 쓴다.
0. 들어가며
나의 독서는 3개의 시기로 구분된다.
첫 번째 시기는 고등학교 때까지로, 주로 집에 있는 책들을 읽었다. 때에 맞춰 부모님께서 사 주신 전집류를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는 했었다. 국민학교
때는 여러 종류의 백과사전과 명작동화를, 중학교 때는 세계문학전집과 삼국지를, 고등학교 때는 현대문학전집을 읽었었다. 나는 이 시기를 독서 방법을
몰라서 무작정 읽기만 했던 혼돈기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20~45세 사이로, 전공분야
전문서나 자기계발서나 가벼운 책들을 주로 읽었었다. 전공의 특성상 6개월
혹은 1년 단위로 확확 변하는 기술경향을 파악하기 위해서 주로 영문 텍스트를 읽었었다. 논문, 표준문서, 기술규격서, 백서, 발표문, 기고문, 보고서 등을 끊임없이 읽고 기술동향보고서나 프로젝트 보고서를 작성하던 시기였다. 또한 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 인간관계, 시간관리, 대화법 등과 같은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었었다. 나는 이 시기를 독서의 암흑기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46세이후로, 나는
3년 전에 굉장한 인연으로 동양고전을 접하게 되었다. 5년
전에 역사를 잠깐 수박겉핥기 식으로 배웠었는데, 이조차도 전문분야만 알던 나에게는 신세계였다. 그러다가 3년 전에 생애 처음으로 <연암집> 완역본을 읽게 되었다. 우리 선조의 글을 읽고, 나 자신이 얼마나 무지한 사람임을 깨달게
되었다. 나는 나 자신도 모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무식할 수가 있는지 개탄스럽기만 했다. 이후 동학들과 함께 <열하일기>, <전습록>, <주자어류선집>, <대학>, <중용>, <논어>, <맹자> 등을 읽었다. 2년동안 즐겁게 공부하기도 했지만, 가장 큰 수확은 나의 변화였다. 동양고전 속에서 삶을 성찰하고 옛
사람의 좋은 글을 읽으면서 일상생활에 적용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이토록 편안하고 이토록 견고하고 이토록 밝은 삶을 이제껏 겪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이
시기를 독서의 개화기라고 생각한다.
1. 아무 책이나 읽지 않는다.
3년 전 동양고전을 접한 이후, 나의
독서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책을 고를 때, 저자, 출판사, 목차 그리고 서평을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에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실물을 직접 보고 일부분을 읽어 본 후에 책을 산다. 아니면 믿을 만한 사람이 추천한 책을 사서 본다. 내가 신뢰하는
강사님들이 추천한 책은 무조건 사서 읽는다. 함께 공부하는 지인이 읽어보니 이러이러한 점이 좋았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한 책도 사서 읽는다.
예전에는 베스트셀러나 추천 도서를 샀었다. 그러나 그런 책들은 읽어도
나에게 선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 잠깐의 즐거움은 있을지 몰라도, 나의
가치나 사고와 연결되지 않았다. 결국 최근에 이런 종류의 책들을 모두 버렸다. 책 중에 피해야 할 1순위는 인기에 영합하는 책이다. 예전에 힐러리 클링턴이 대선 후보였을 때, 힐러리에 대한 책이 우후죽순처럼
출판되었다. 억대 연봉을 버는 여자나 000식 공부법도 함께
떴었다. 한때는 도요타의 성공을 파헤친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었다. 너나 할 것없이 도요타와 관련된 책을 사서 읽고는 했다. 그러나
그런 책들은 상식은 조금 보태 줄지는 모르겠지만, 유행이 지나면 다시 펼칠 일이 없어진다. 피해야 할 2순위 책은 그렇고 그런 내용들을 짜집기해서 편찬한 책이다. 다이제스트와 같은 형식의 책은 시간을 때우기에는 적합하지만, 책장에
꽂아 두어 봤자 다시 찾아보지도 않게 된다.
2. 읽기 전에 구조를 먼저 파악한다.
책을 읽기 전에 꼭 앞뒤 표지를 살펴본다. 표지에는 작가의 핵심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목차를 보고 내용을 상상해 본다. 그런
다음에는 각 장마다 인덱스를 단다. 원하는 부분을 빠르게 찾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책의 옆면을 알록달록하게 장식해서 책을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덱스를 달면서, 각 장의 제목은 물론 책의 내용도 훑어본다. 작가의 필력에 매력을 느끼게 되면서 책을 읽을 기대감이 차오른다. 이것은
독서에 시동을 거는 행위이다.
3. 밑줄, 메모, 색칠 등을 하며 읽는다.
나는 책을 여러 가지 색으로 칠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무지개색을
가진 색연필로 줄을 그어가며 읽는다. 색연필 한 자루로 여러 색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페이지마다 알록달록한 줄들이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 중요도에 따라
3가지 색의 형광펜으로 표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모르는
단어가 있으며, 사전을 찾아보고 단어의 뜻을 적기도 한다.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내용도 인터넷 검색을 해서 페이지의 여백에 적어 두거나 포스트잇에 따로 정리해서 붙어 두기도 한다.
어떤 부분에서 강한 영감을 받아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글을 쓰게 될 경우에는 트레이싱지에 단상을 써서 그 페이지에 붙여둔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책은 손 때가 묻어서 더 이상 새 책 느낌이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각양각색의 인덱스용 필름이 네임펜으로 핵심단어를 단 채로 더덕더덕 붙어 있게
된다. 이것이 책을 나만의 방식으로 포식하는 방법이다.
4. 오늘 아니면 읽을 수 없는 것처럼, 면밀하게 읽는다.
매일 20페이지를 읽되, 각주나
주석까지 꼼꼼하게 읽는다. 각주나 주석은 보조 설명이 주된 목적이지만,
의외로 주석에 핵심 내용이 들어 있을 때가 많다. 모르는 단어는 꼭 사전을 찾아서 그 뜻을
적어 둔다. 단어를 모르면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개념이나 사건에 대해서도 인터넷을 검색해서 해당 내용을 메모해 둔다. 20페이지를 다 읽고 나면, 다시 한번 훑어보며 머리 속으로 읽은 부분을 요약해서 재구성해 본다. 책의
내용을 꼭꼭 씹듯이 읽어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
5. 인상 깊었던 부분을 자주 떠올려 본다.
꼼꼼하게 책을 읽다 보면, 어떤 부분들은 마음에 크게 와닿는다. 걷거나 청소를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설겆이를 하면서 그 부분을 떠올려서 생각을 이어 나간다. 잘 기억나지 않으면, 바로 책을 펼쳐서 내용을 확인해 보기도 한다. 책의 내용을 곱씹으면, 몸에 스며들게 되는데, 이 순간부터 나의 변화가 시작된다. 단순히 책만 읽어서는 나를 변화시킬
수 없다. 반드시 되새김질을 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책의
내용과 나의 사고가 서서히 융합되고, 나는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융합이 이루어지고 난 다음에는 절대로 과거의 나로 되돌아 갈 수 없다.
6. 단상을 쓰거나, 글을
쓸 때 재료로 활용한다.
책을 읽은 후 바로 단상을 쓰면, 책의 내용도 잘 기억된다. 또한 단상을 쓰는 동안 책의 내용과 나의 사고가 연결되기 때문에 사고도 확장이 된다. 단상을 자주 쓸수록 생각하는 힘이 커지는 것을 숭례문학당의 30일
읽기 강좌로 여러 차례 경험했었다. 단상은 책 읽기의 최종판이다. 글을
쓸 때 책의 내용을 인용하면, 글의 구성을 탄탄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 글쓴이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또 다른 작가도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7. 마치며
지금까지 나의 독서 이력과 나만의 독서법에 대해 이야기해 봤다. 백일글쓰기
34기의 10번째 날에, 훌륭한
주제로 글을 쓰게 되어서 매우 기쁘다. 오늘이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지 100일하고 20일이 된 날이다. 매일
꾸준히 글을 쓰려면, 생각의 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넓고
깊은 사고를 하려면, 독서는 필수이다. 가벼운 책도 좋지만, 때로는 묵직한 주제를 담은 책도 읽어야 한다. 어려운 책을 면밀하게
읽으면, 생각하는 힘도 함께 커진다. 운동을 하고 나면, 체력이 좋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조금씩 강도나
난이도를 높여가며 하는 것처럼 독서도 책의 난이도를 조금씩 높여나가면 좋다. 갑자기 어려운 책을 읽어야만
한다면, 반드시 전문 강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연암집 완역본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너무 고되어서 그만두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훌륭한 강사는 수강생들을 잘 이끌 줄 알기 때문에, 읽기를
중단하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러므로 좋은 강사를 만난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독서 수준을 단숨에 끌어올려 주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어느 날 그 강좌를 수강하기로 마음먹었을 뿐인데, 나의 인생을 바꿔
준 강사를 만났기 때문이다. 독자분들의 독서에도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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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 : 21.5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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