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일][09월09일][백일글쓰기2] 매일
꾸준히 원고지 10매를 쓰려고 노력한다
#연금술사 #백일글쓰기
#숭례문학당 #천일을향하여
나는 글쓰기 입문자이다. 글을 쓰기 시작한지 100일하고도 19일 되었다. 백일글쓰기
33기를 마치면서, 100일의 10번, 더 나아가 100일의
100번을 해내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그 다짐의 증거로 9월 1일부터 블로그를 활동을 시작했다. 백일글쓰기 34기가 시작되자마자,
매일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있고 며칠 뒤에 SNS에 간단한 요약문과 함께 블로그 링크를
공유하고 있다.
나는 왜 블로그와 SNS에 글을 올리는가? 이 질문은 나는 왜 글을 쓰는가와도 연결되어 있다. 내가 처음 글을
쓸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백일글쓰기 33기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었지만 글을 잘 쓰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작년 가을에 학당으로 강의를 들으러 갔다. 그 곳에서는 중간 에세이와
기말 에세이를 써야 했었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발제문도 써야 했다. 나는
정성을 다해 썼다. 그러나 두 자리 수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을 모르는 아이가 푼 수학 문제처럼 엉망인 글이 나왔다. 발제문이라고 써갔는데 에세이를 써왔다는 소리를 들었다. 발제문에는
글쓴이의 견해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고 했다. 에세이 내용이 부실하다고 했다. 누구는 제목에 문장부호를 있다고 타박했다. 누구는 글이 쓸데없이
길다고 화를 냈다. 또 누구는 자기 글 속에 빠져서 정작 자신의 문제점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 즉 두 자리 수의 덧셈, 뺄셈, 곱셉, 나눗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이 문제를 풀 수 있겠는가? 나는 철저하게 글을 쓸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가 잘하는 것을 하기로 했다. 잘 쓸
수 있을 때까지 반복 연습을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이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다.
나는 여전히 글을 잘 쓰지 못한다. 글의 구조도, 논리도, 형식도, 문장
부호도 모두 모두 엉망이다. 하지만 내가 잘하는 것은 잘해낼 것이다.
매일 성실하게 반복해서 연습하는 일은 누구보다 잘해낼 수 있다. 어떻게? 나의 글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세상을 향한 나의 의지의 천명인 동시에 세상 사람들과의 약속이었다. 세상이 나를 지켜보는데, 하루라도 글을 안 쓸 수 있겠는가? 누가 읽을지도 모르는데, 대충 쓸 수 있겠는가? 매일매일 정성껏 글을 썼고, SNS에 꾸준히 글을 올렸다. 이것이 내가 블로그와 SNS에 글을 올리는 이유이다.
나의 글은 대체적으로 긴 편이다. 백일글쓰기 33기에서 SNS에 글을 공유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유명한 작가의 글도 아니고, 잘 된 글도 아닌데, 이렇게 긴 글을 올리면 누가 읽겠는가? 그래도 긴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33기의 오수민 코치님이 매일 올려주셨던 글쓰기 강의나 비법에서 발견한 것은 매일 쓰는 글의
양이었다. 유명 작가들은 매일 원고지 10장을 쓰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하루에 원고지 20매씩 규칙적으로 쓴다.”고 한다.
이것은 마치 가수가 노래를, 연주가가 악기를, 운동선수가
자신의 종목을 매일 꾸준히 일정 시간 연습하는 것과 똑같은 원리였다. 글을 잘 쓰려면, 매일 동일한 양의 글을 써야 한다. 작가들이 매일 꾸준히 쓰는 양은
원고지 10매(2000자)이거나
원고지 20매(4000자)였다. 그래서 33기에서는 원고지 10매를
쓰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하지만, 100일내내 원고지 5~7매를 왔다갔다했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나의 생각의 길이가 비교적 짧았기 때문이었다. 왜 짧은 걸까? 학교에 들어간 순간부터 질문보다는 수업을 듣기만 했었다. 회사에서도
질문보다는 상사의 지시를 듣기만 했다. 사회에서도 질문보다는 타인의 말을 듣기만 했다. 뉴스를 보면서도 질문보다는 뉴스의 내용을 잘 요약정리에서 머리 속에 저장하기만 했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니, 당연히 생각의 단위도 요약정리에 그쳤다. 만약 읽거나 들은 내용을 나만의 견해로 재해석할 수 있다면, 생각은
길어질 것이다. 이 생각 저 생각이 가지 뻗기를 하다 보면, 생각이
끝없이 이어질 수도 있다. 어제 알게 된 내용과 일 년 전에 알게 된 내용을 연결시키면, 가지와 가지가 합쳐지면서 더 굵고 튼튼한 가지를 만들 수도 있다.
이제 과제는 나만의 견해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나는 너무나
무지해서, 견해를 형성할만한 재료가 턱없이 부족했었다. 과거
2년여간 읽은 책은 모두 동양고전이었기 때문에 사고의 폭도 제한되어 있었다. 사고의 재료도 구하고 폭을 넓히기 위해 선택한 것이 온라인으로 함께 읽기였다.
30일 동안 책 한 권을 읽어내는 강좌를 선택했다. 하루 종일 집에서 책을 읽고, 생각하고, 단상을 써내려 갔다. 처음에는
한 단락으로 그치던 단상이 날이 갈수록 길어졌다. 어쩔 때는 너무 길어져서 한 단락으로 줄여서 올리기도
했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글쓰기 재료도 구했지만,
재료를 두고 생각하는 능력도 얻었다. 생각을 글로 쓰는 과정에서 모호하기만 하던 나의 세계관도
점차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모양을 갖추기 시작한 나의 세계에서 글을 쓰면, 행복했다. 진정으로 나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펼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생각을 기술하는 행위이다. 생각이 없으면, 글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뭘까? 오늘 어떤 생각을 1만큼 했다면,
내일 또 1만큼 더 하면 된다. 그러면 내일은
2가 될 테니까. 매일 꾸준히 1만큼 하면, 1년이면 365만큼
해낼 것이고, 10년이면 3650만큼 해낼 수 있다. 아무리 작은 생각이라도 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 작은
생각들을 잇고 또 이어가야만 크고 깊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자수 : 2114자(공백제외)
원고지 : 14.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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