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일][09월07일][백일글쓰기2] 파이
키우기
#백일글쓰기 #숭례문학당 #고정된파이 #원재료와에너지 #지식 #지식이파이를키운다
‘지식’의 진정한 시금석은 그것이 진리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에게 힘을 주느냐의 여부다. - <사피엔스> 368페이지, 유발 하리리, 김영사
세계의 크기가 고정된 파이로 보는 전통적인 세계관은 이 세계에 오직 두 종류의 자원만 존재한다고 본다. 바로 원재료와 에너지이다. 하지만 실은 세 종류의 자원이 존재한다. 원재료, 에너지 그리고 지식이다.
원재료와 에너지는 고갈된다. 사용하면 할수록 줄어든다. 반면
지식은 성장하는 자원이다. 사용하면 할수록 늘어난다. 실제로
당신이 지식의 총량을 늘리면 그 지식은 당신에게 더 많은 원재료와 에너지를 준다. - <호모 데우스> 294페이지, 유발 하라리,
김영사
한 때는 너나 할 것없이 삐삐(Beeper)를 가지고 다녔다. 작고 까만 기계를 허리춤에 차고서는 삐삐가 울리면 가까운 공중전화부스로 뛰어갔다. 그러다 시티폰이 등장했다. 공중전화 부근에서만 사용가능했던, 괴상한 휴대전화였다. 이 기형적인 시티폰은 금방 사라졌다. 1997년 PCS(Personal Communication System)라는
어려운 이름을 가진 휴대폰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3~4줄만 표시되는 흑백 LCD 화면과 키패드를 가진 바(Bar) 타입의 작은 기계가 등장하자, 사람들은 사랑에 빠져버렸다. 길에서나 건물 안에서나 사람들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었다. 이동하면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모바일폰(Mobile
Phone)이라고도 불렸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에나 휴대폰을 들고 다녔다. 집안에 있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도 통화가 되기를 원할 정도로 이동통신서비스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말로 통화하는데 집중했다. 그런데 1980년대부터
이동통신서비스를 해오고 있던 유럽에서는, 특히 노키아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가 있는 핀란드에서는
통화보다 문자(SMS, Shor Message Service)가 더 큰 돈을 벌고 있었다. 도대체 누가 문장을 입력하기도 힘든 키패드와 보기도 어려운 3~4줄짜리
화면으로 문자를 주고받는 것인가? 바로 핀란드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이었다. 이들은 문자서비스에 열광했다.
당시 어떤 임원은 콧웃음을 쳤다. 어떤 정신나간 사람이 이 작고 조그마한
기계로 불편하게 문자를 주고 받느냐고 했다. 이 임원의 생각과 달리,
한국에 문자서비스가 개시되자마자 곧바로 성공을 거두었다. 문자서비스로 벌어들이는 돈이 짭짤했다. 그러면 문자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회사는 얼마나 투자했을까? 고작
서버 몇 대였다. 까맣고 네모난 기계 몇 대와 소프트웨어만 추가했는데 상당한 돈을 번 것이다. 문자서비스를 만든 팀들은 보너스를 받았고, 그들의 자긍심은 하늘을
찔렀다.
사람의 욕심이 끝도 없는 것과 같이 기업의 욕심도 끝이 없었다. 회사
가와 나가 있고 각자의 고객 A, B가 있다고 하자. A, B에
속한 사람들의 숫자는 수백만 명이었다. 회사 가와 나는 통화는 A,
B간에 서로 할 수 있게 했지만 부가서비스인 문자는 A끼리만, B끼리만 하도록 제한했다. 그래서 나는 가회사에 가입했는데 친구가
나회사이면, 우리 둘은 서로 문자를 주고받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친구와 같은 회사로 갈아타기도 했다. 이 때가 문자서비스의 고정된 파이 시대이다.
문자서비스 담당자는 어느 날 이런 제안을 한다. 문자서비스를 고정된
파이로만 보지 말고 파이를 키우자고 했다. 간단한 소프트웨어 수정만으로 A, B간에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늘어난 파이의 크기, 즉 늘어날 매출을 예측해 주었다. 그
근거는 핀란드의 데이터였다. 핀란드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의 문자 전송량의 추이를 보여주었다. 임원들은 고심했다. 처음 시도하는 일에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왜? 예를 들면, 가회사의
고객 A가 문자를 사용하면, 한 건당 30원을 받는다 치자. 그 30원은
모두 가회사의 매출이 된다. 그런데 가회사의 고객 A가 나회사의
고객 B에게 문자를 보낼 수 있게 하면, 30원 중에 20원만 가회사의 매출이 되고 나머지 10원은 나회사의 매출이 되는
수익 배분이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임원의 걱정은 이번 달에 문자로
300억을 벌었는데, 다음 달에 나회사에 100억을
주게 되어서 200억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임원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가와 나회사 간에 문자서비스를 연결하자마자, 문자 사용량이 급격하게 늘었다. 따라서 매출도 급격하게 늘었다. 소프트웨어 수정 비용과 몇 대의
서버를 추가 투자하고 벌어들인 큰 돈이었다.
위에서 봤듯이, 집 전화로 통화만 하던 세대는 문자라는 새로운 방식의
소통을 이해하지 못했다. 또한 통화에만 익숙한 기성세대는 짹짹거리듯이 문자를 주고받는 새로운 세대의
욕구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러한 세대간 인식의 차는 스마트폰, 카카오톡, 유튜브, SNS와 같은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반복해서 나타났다. 기성세대는 자신이 지닌 지식과 권위에 심취하기 쉽다. 지식이 과거에
얽매이게 되면, 흐름을 읽을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지식은
항상 미래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 과학과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는
21세기에는 지식 또한 급변할 수밖에 없다. 오늘 알고 있는 내용이 내일이 되면 진부해지거나
사실이 아니게 될 수 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에 자족하면 퇴보만 기다릴 뿐이다.
글자수 : 2052자(공백제외)
원고지 : 12.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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