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일][09월05일][백일글쓰기2] 온라인
강의 듣다가 좌절(挫折)한 썰
#연금술사 #백일글쓰기
#숭례문학당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온라인강의 #고급중국어
어제는 비가 내렸다. 쫘락쫘락 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고급중국어2 온라인 강의를 들었다.
지난 주 토요일 교재를 받자마자, 이 과목이 무척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각 과(課)의 본문의
길이가 약1000~2000천자는 되었다. 말그대로 길었다. 교재를 쭉 훑어봤는데, 중국어 선생님과 함께 읽었던 어린이용 <천일야화>와는 비교도 안되게 문장이 복잡했다. 눈앞이 깜깜했다. 바로 온라인 강의를 들어봤다. 역시나 어려웠다. 하지만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나의 중국어 어학실력이
늘 수 없을 것이다. 어렵더라도 반드시 해내야만 한다. 여기까지가
지난 주 토요일 밤의 생각이다.
온라인 강의는 보통 1시간 분량의 총 15개의 강의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까지 공부해 본 바로는 하나의 강의를
1시간만 들어서는 다 이해할 수 없었다. 하나의 강의를 처음
들을 때는 2~3시간이 소요된다. 강의 중간중간에 멈추고서
필기를 하기도 하고 사전을 찾기도 한다. 이해가 안될 때는 인터넷 검색을 해서 연관 자료를 읽어보기도
하고, 강의 내용의 앞부분을 다시 듣기도 한다. 강의는 한
번만 들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다시 한 번 들어야, 처음
들었던 내용이 정리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 번을 듣고 나면 4시간
정도 소요된다. 그러므로 15개의 강의를 다 들으려면 최소
60시간(15강 x 4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듣고나서 복습하는 시간은 따로 산정하지 않겠다.
어제는 하나의 강의를 2번 듣는데,
5시간 정도 걸렸다. 만약 시간이 안가서 따분한 분이 있으면 고급중국어2 강의를 듣는 것을 추천 드린다. 겨우 진도 쬐끔 나갔는데 20분이 후다닥 흘러가 버린다. 독자들은 어떻게 20분인지 아냐고 질문하실 듯하다. 어제는 비가 왔기 때문에 빨래를
하고 19분 건조 코스를 돌렸었다. 쫌 집중해서 필기하고
문장 분석하려고 하니 세탁완료 알람이 울렸다. 체감상으로는 5분정도
지난 것 같았는데 벌써 20분이나 휘리릭 흘러가 버린 것이다. 이
사건으로 한 개의 강의를 듣는 시간이 과거 어느 과목보다 오래 걸린다는 사실을 알아채게 되었다.
게다가 더 심한 사실은 초집중해서 두 번을 들었어도 강의 내용을 다 흡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전에 다른 과목을 공부할 때는 한 개의 강의 두 번을 듣으면 이해가 되었고,
이후부터는 휴대폰으로 강의 내용을 틈틈이 들어주면 잊지 않고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고급중국어2는 두 번으로는 턱도 없다. 지금 추측으로는 앞으로
집중해서 3~4번은 더 들어야만 할 듯하다. 여기에다가 단어를
외우고 주요 문형을 외우는 시간을 더해져야 하니, 하나의 강의를 완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다른 과목의
서너배는 될 듯하다.
고급중국어2는 무엇이 어려운가? 첫째
어휘가 까다롭다. 중급까지는 쉬엄쉬엄 봐주기식의 중국어를 공부했다. 비교적
짧은 텍스트에 쉬운 문장과 어휘로 이루어져 있어서 집중해서 모든 강의를 두세번 듣기만 해도 충분했다. 고급으로
넘어오면서, 이전에 보지 못한 어려운 어휘들이 등장했다. 일상용어가
아닌 특정 상황에서 사용되는 전문용어도 등장을 한다. 게다가 한글 전용 세대인 나는 한자를 잘 모른다는
점이 문제를 더 키웠다. 중급까지의 어휘는 대충 우리나라 단어와 유사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더듬거리는 한자실력으로도 대충 어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고급에서는 한자 자체도 어렵다. 봐도 잘 모르는 한자들이 수두룩한 것이다. 단어도 우리말과 사뭇 다르다. 그 이유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의
다수가 일본에서 공부한 지식인들이 일본 어휘를 그대로 들어온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문장을 분석하기가 어렵다. 중국어도 영어와 마찬가지로 주어, 동사, 목적어만 찾으면 거의 다 해석이 된다. 중급까지는 누워서 떡 먹기처럼 쉬운 것이 문장 분석이었다. 딱 보면
눈에 자동으로 들어왔었다. 그리고 나면 어휘력 싸움이 된다. 고급에서는
하나의 문장이 길어도 너무 길다. 긴 문장을 길게 늘어뜨리면 과장해서 30cm자는 훌쩍 넘을 듯하다. 어휘의 난이도까지 더해져서 주어와 동사를
찾는 일은 미궁으로 빠져버리고는 했다. 강의를 듣고서야, 겨우
동사를 식별해낸다. 또한 문법조차 변형이 일어난다. 우리도
문법을 정석대로 사용하지 않고,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변형시키고는 하는데, 당연히 다른 언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헷갈린다. 게다가 다양한 관용어 표현들이 늘었다. 관용어(慣用語)란 무엇인가? 어떤
사회에서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말이다. 예를 들면 冒大火了는 ‘불같이 화를 내다’이고, 从…的角度上讲은 ‘…의 측면에서 말하자면’이고, 办理…手续는 ‘… 수속을 하다’이다. 산 너머 산이 따로 없다.
강의를 하는 교수님은
어휘, 관용표현, 주요문장을 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은 암기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나도 잘 안다.
암기를 못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감내할 수준의 분량은 암기할 수 있지만, 고급중국어2의 분량은 나를 압사시킬 것만 같다. 텍스트를 완벽하게 나의 것으로 만들려면 받아쓰기를 꼭 해야 하는데, 2000자
받아쓰기를 과연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어제 하루 종일 두 개의 강의를 다 듣고 나니 자정이
되었다. 한 밤중에 하늘을 쳐다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공부하다가
좌절하기는 정말 오래간만이다. 그래도 어찌 되었든 넘어야할 산이니, 모든
시간을 중국어 공부에 쏟아부어야겠다. 남편의 말처럼 힘든 만큼 힘이 생기겠지.
글자수 : 2088자(공백제외)
원고지 : 13.3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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