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일][08월13일][365매일글쓰기] 검사는
힘들어
힘들어서 쓰러질 뻔했다. 검사와 검사 사이에 시간 간격이 길어서 병원
복도 의자에 앉아 한참을 기다렸다. 처음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15시간만에
물도 마셨고 삼각김밥도 먹었다. 긴 시간 기다리며 책도 읽었다. 2시간이
경과하자 몸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시간을 보니 예약된 검사시간은 1시간 넘게 남아있었다. 조금 더 참아보려 했지만 당장 바닥에 쓰러질
것만 같았다.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서 일어섰다. 우선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해볼 생각으로 걸음을 뗐다.
그 순간 검사실 문이 열리고 내 이름이 불렸다. 고개를 돌려 얼굴을
보며 말했다. 정신이 몽롱하고 온 몸이 아팠다. “갑자기
컨디션이 나빠져서 집에 가려구요.” 빨리 집에 가서 눕고 싶었다. 절대로
복도 바닥에 눕고 싶지 않았다.
힘들어도 검사를 받고 가란다. 검사실 안으로 들어갔지만 땅이 흔들리는
듯했다. 당장 눕고 싶었다. 그런데!
MRI 검사는 누운 상태에서 검사를 받는다. 40분 동안 꼼짝 않고 누워있었다. 쿵쿵거리는 소음 속에서 귀마개를
한 채로 눈을 감았다. 기계음이 요란했다. 눈꺼풀 위로 영상이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냥 지나가는 그런 이미지들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올랐다가 흩어진다. 그냥 지가나는 생각들이었다. 자기장이
불러낸 것들일까?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고 검사실을 나왔다.
택시를 타고 집까지 가고 싶었지만 몸이 저절로 시내 버스 정류장을 향한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로봇이 별거 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바로 로봇이다. 인간은 프로그램 된 대로 움직인다. 일부는 타고날 때부터 프로그램되어
있다. 맹자가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선하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또
일부는 환경에 의해서 프로그램된다. 가족, 학교, 직장, 모임 등에서 각기 다른 다양한 내용이 프로그램 된다. 택시를 타지 않고 버스를 타는 이유는 어릴 적 부모님의 영향이다. 물
한 바가지도 아껴쓰던 절약 정신이 무의식적으로 나온 것이다.
버스를 탔다. 곧장 집으로 가서 눕고만 싶었다. 하지만 저녁식사 시간이 코앞이었다. 요리를 하기에는 체력이 부족했다. 집 근처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해서 집에서 먹기로 했다. 식당까지
가는 발 걸음이 느리다. 체력 방전도 코앞이었다. 느릿느릿
걸어서 집에 도착했다. 느릿느릿 밥을 안치고 포장해온 국을 끓였다. 나머지는
아이에게 맡겼다.
식사를 마친 이후부터 지금까지 쭉 누워있었지만 여전히 체력은 고갈된 상태이다.
머리는 아프고 잠은 오지 않고 괴롭다. 검사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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