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일][08월10일][365매일글쓰기] 인공치아뿌리를
이식한 곳의 실밥을 풀다
지난 7월 28일 가장
안쪽 위 어금니가 있던 자리에 인공치아뿌리를 심는 수술을 했다. 처음해보는 임플란트라서 긴장도 많이
했고 무섭기도 했다. 마취를 했지만 정신이 말짱해서 더 무서웠고 수술방에 들어가야 해서 더 떨렸다.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들도 많아서 큰 수술하는 느낌이었다. 소리가
다 들리기 때문에 드릴이나 망치 소리가 공포스러웠다. 이런 식으로 스스로 만들어 낸 공포는 에너지를
소모시켰고 집에 돌아가자 마자 다음 날까지 잠에 빠져들었다.
수술 당일은 마취 기운 때문에 아프지 않을 것이고 수술 다음 날부터 통증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단지 수술부위에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만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고 오늘 실밥을 풀었다. 맵고 뜨거운 음식도 피하고 칫솔질도 조심하는
등의 주의를 기울인 덕분에 이제는 인공치아뿌리 수술을 했는지 조차도 모르겠다.
실밥을 풀기 위해 의사를 기다리면서 의자에 앉아 구강 엑스레이 사진을 찬찬히 살펴봤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치과 갈 일이 별로 없었다. 유치를 갈 때는
부모님이 이빨을 빼주셨고 충치가 생기면 어차피 갈아야 할 유치라서 그냥 두었다. 직장에 취직한 이후에는
돈을 아끼기 위해 치과에 자주 가지 않게 되었다. 왜냐하면 갈 때마다 간호사가 입 안을 들어다 보며
이곳저곳에 충치가 있다며 잔뜩 겁을 주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간호사 말대로 모든 치아의 충치 치료를
했다. 그랬더니 당시의 내 수입이 휘청일 정도의 금액이 나왔다. 이후로는
간호가가 충치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다음에 하겠다고 거절해야만 했다. 어째서 치료한 치아를 다시 치료하겠는가? 치과에 가면 돈이 많이 든다는 관념과 치아 관리에 대한 무지 때문에 나는 가장 안쪽에 있는 오른쪽 어금니를
아무런 후속조치도 없이 발치해버렸다. 당시에는 돈 나가는 것이 무서워서 치료를 포기하고 그냥 뽑아 달라고
했었다. 그게 25년도 더 된 일이다.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25년 전에 발치한 자리를 중심으로
상당 부분의 뼈가 사라져 있었다. 마치 작은 호수 같았다. 만약
그 때 내가 치아의 소중함을 알았더라면 돈이 들더라도 충치 치료를 해서 뿌리라도 살렸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 보니 후회가 막심(莫甚)하다. 정확히 대칭되는 위치의 어금니는 그나마 경제상황이 좋을 때 충치가 생겨서 치료를 했었다. 물론 그때도 돈은 많이 들었다. 뿌리라도 살려서 오랜 기간 잘 사용했지만
최근에 뿌리까지 썩어버려서 어쩔 수 뽑아야만 했다. 그리고 지금은 임플란트를 진행 중이다.
예쁘게 심어진 인공치아뿌리를 보고 있노라니 고생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나야
무서워 벌벌 떨기만 했지만 난이도 높은 수술을 해낸 의사와 간호사들은 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수술 직전에
벌벌 떨고 있는 나에게 간호사가 하나도 아프지 않고 간단한 수술이니까 무서워하지 말라고 했었다. 지금에
와서 느끼는 거지만 딱 맞는 말이다. 수술 중에도 수술 후에도 하나도 아프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을이 되면 새로운 어금니가 생긴다. 그리고 나면 음식을 더 잘 씹을
수 있게 될 것이고 어금니 주위의 통증도 완화될 것이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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