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일][08월08일][365매일글쓰기] 여름휴가인데
외식조차도 못했다
올해 여름휴가에 대해서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코로나19때문에 비상대기해야 해서 주거지를 떠날 수 없었다. 휴가가 시작되기
전에 넌지시 인근 바다라도 한 번 가보면 좋겠다고 했더니 남편은 주거지를 벗어나기 때문에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
외식은 가능하냐고 물어봤다. 시부모님이랑 한 끼정도는 가능하겠다고 했다.
여름휴가가 시작되었다. 남편은 피로가 쌓여서인지 얼굴이 퉁퉁 붓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내내 잠을 잤다. 너무 안 돼 보였다. 그래서 그냥 푹 쉬게 두었다.
TV에서는 집중호우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뉴스가 더 많아졌다. 비구름이 남쪽에서 중부지역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그때부터 남편은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시도때도 없이 기상특보를 확인하고 SNS를
살폈다. 내가 사는 곳은 비나 눈이 많이 내리는 편이 아니다. 내
생각에는 대도시 사이에 끼어 있기도 하고 쉴 새 없이 차들이 지나다니는 교통의 요충지이기 때문인 듯했다. 도시
상공의 온도가 높아서 비구름이 흩어지는 듯 싶다. 그래서 별로 걱정되지 않았다. 불안해하는 남편이 과민반응한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빗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갑자기 남편이
큰일났다며 허둥지중 나갈 준비를 한다. 베란다에 나가보니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마치 양동이로 물을 퍼붓는 듯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부랴부랴 남편을 사무실까지 차로 데려다 주었다. 집 밖으로 나가니
비는 어느새 가랑비로 바뀌어 있었다. 저녁 무렵에 되자 남편이 픽업해달라고 전화를 했다. 사무실에서 남편을 태워 집에 들어오자마자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비가
한 시간오면 건물의 지하는 물에 잠기게 된다. 조금 있으니 빗줄기가 점점 가늘어지기는 했지만 그날 밤은
거의 새우다시피 했다.
여름휴가 내내 비구름이 어디로 가는지 살피느라 애간장이 탔다. 남편은
TV 앞을 떠나지 않았다. 뉴스 채널을 돌려가며 기상특보를
시청했다. 인터넷으로 가상예보를 수시로 확인했다. 덩달아
나까지도 기상청을 들락날락하게 되었다. 매 시간 올라오는 강수도를 보며 비구름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했다.
이런 식으로 하루하루가 흘렀고 오늘에 이르렀다. 그동안 집에만 있었다. 간간이 남편을 픽업해주고 장보러 다녀온 것이 전부이다.
“휴가가 끝나가는데 외식 한 번 해야 하지 않아요?”
여름휴가 지나고 외식해도 되지 않냐는 답이 돌아왔다.
“됐어, 외식 안 해! 흥칫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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