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일][08월04일][365매일글쓰기] 120mm
호우주의보
“큰 일 났다!” 잠에서
깨어나면서 들은 첫 소리였다. 아직 눈도 제대로 못 떴는데 남편이 계속 말했다. “오늘 오후에 수도권에 시간당 최고 120mm의 비가 내릴 수 있대.” 응? 120mm? 어제 알게 된 사실은 내가 사는 도시의 빗물
저장소의 용량이 시간당 80mm라는 것이었다. 120mm
>> 80mm이나까 이 곳의 빗물 처리용량을 한참 초과한다. 잠 기운이 확 달아났다.
계속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남편이 분연히 일어섰다. “나가야겠다.” 그러더니 일기예보가 맞다면 지하는 물론 1층까지 물에 잠길 수
있으니 차는 지상으로 올려놓으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리고 단전과 단수에 대비해서 욕조에 물을 받아두라고도
했다.
남편을 직장까지 태워주었다. 비도 오지 않는데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다니
믿기지 않았지만, KBS의 뉴스특보에 따르면 오후에 수도권에 물폭탄이 터질 예정이었다. 점심 시간이 되자 하늘에 구름이 몰려오는지 보기 위해 밖에 나가 보았다. 비는
여전히 오지 않고 있었다. 하늘이 흐리기는 하지만 비가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집으로 들어와 인터넷으로 일기예보를 검색해 봤다. 내일까지 최대 300mm라는 문구만 보일 뿐 지금 물폭탄이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건너오고 있다는 류의 문구는 눈에 뜨이지 않았다. 뭐지? 비가 오나 안오나? 욕조에
물을 받을까 말까? 주전자와 물통에도 물을 받아두야 할까?
예보에서 언급한 오후 3시가 되었다.
다시 집 밖에 나가 보았다. 여전히 비는 내리지 않고 있었다. 하늘도 여전히 구름이 있지만 구름의 색깔이 밝았다. 일단 물은 받아두지
않기로 했다.
남편이 퇴근했다. “비가 안 왔는데?”
“중국에서 건너오던 비구름이 서해 바다 위에서 사라졌대.”
그 말을 듣자마자 긴장이 풀리며 피곤이 몰려왔다. 그리고는 한참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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