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일][08월03일][365매일글쓰기] 영드
닥더 마틴
이 드라마에는 우리나라에서 1990년대 말에나 사용했을 법한 휴대폰이
등장한다. 액정화면은 문자4~5라인만 표시되며 바(Bar)타입이다. 게다가 통화품질도 좋지 않다. 절벽이 있는 작은 항구 마을이라고는 하지만 마을 안에서도 지지직 거리고 마을에서 조금 떨어지면 안테나가 하나도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20세기 말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검색을 해보니 2004년에 방영했다니 의아하다. 2004년이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3G가 시작되는 시기로 휴대폰의
액정은 지금의 스마트폰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 참고로 최초의 스마트폰은 2009년에
출시한 아이폰이다.
영국 드라마는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음울한 드라마이다. 비와 안개가 많이 끼는 영국 날씨처럼 등장인물들은 고통 속에서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말 그대로 고해(苦海)속에서
서로 부대끼며 변화하며 살아간다. 이 세상에 고통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인지 이런 종류의 드라마는 묘한 매력이 있다. 두 번째는
명랑한 드라마이다. 주제가 어둡더라도 전체적인 분위가 밝고 쾌활하다.
<닥터 마틴>이 두 번째 타입의 드라마이다.
런던에서 잘 나가던 외과 의사 마틴이 작은 항구 마을(도시 아님)의 보건의로 온다. 차가운 도시 남자인 마틴은 천재이기도 하다. 이성으로 똘똘 뭉친 사람으로 감성 제로인 인물이다.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쓴다. 그래서 무례한 사람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시골의 의사는 환자들의 말벗이기도 하다. 마을
사람들은 아프지 않아도 차를 마시며 환담하러 방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틴은 차는 카페에서 마시라며
방문자를 내쫒는다.
닥터 마틴의 입장에서는 환자에게 예의를 차리고 감정적인 배려를 하는 것은 치료와 무관하다. 진단을 제대로 내리려면 적절한 질문과 검사를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시골의 분위기는 일은 대충대충하고 함께 차를 마시며 친목을 쌓자고 한다. 결국 닥터 마틴은 마을 사람들로부터
배척 받는다.
그렇다고 해서 닥터 마틴이 나쁜 사람인 것은 아니다. 무례하고 오만한
겉모습과 달리 그의 속마음은 따뜻하고 선하다. 우연히 만난 사람일지라도 병변이 보이면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권한다. 하지만 무례한 대화법으로 인해 ‘무례한 악당’ 취급을 받는다. 그렇더라도 그는 끈질기게 진단과 검사를 하고 결국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다. 사람들을 암, 당뇨병, 쇼크, 폐경색 등으로 인한 죽음으로터 꺼내 온다. 물론 과정은 무례하다. 그러나 마음은 따뜻하다.
이 드라마의 미적 감각은 탁월하다. 마을의 전경은 한 폭의 그림 같다. 돌로 지어진 오래된 집을 잡은 앵글은 환상적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마을에 살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든다. 저 집에서 살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사랑이 싹트는 순간에는 다수의 등장인물들이 다양한 분홍색과 보라색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화면 여기저기에 꽃이 핀 듯하다.
그래서인지 드라마를 보는 내내 마음이 따땃하다. 심각한 장면에서도
여전히 온기가 느껴진다. 엉뚱한 주인공의 사고 방식에 웃음이 터질 지경이다. 독보적인 성공이나 명성이 없어서 사람은 사람끼리 부대끼며 그렁저렁 살아갈 수 있다. 심지어 돈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다. 만지는 것마다 사고를 내는
똥손도 살아갈 수 있다. 그것도 우울하게가 아니라 즐겁게 잘 살아낼 수 있다.
영드 <닥터 마틴>은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는 2019년에
시즌 9를 방영했고 넷플렉스에는 시즌8까지 올라와 있다. 곧 있으면 시즌10이 방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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