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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일][08월01일][365매일글쓰기] 족발

[214][0801][365매일글쓰기] 족발

 

시장 정육점을 지나가다 우연히 족발을 발견했다. 정육점 안주인이 손질을 하고 있길래 질문을 던졌다. “그게 쫄데기인가요?” 엊그제 쫄데기라는 단어를 들었는데 언뜻 생각하기에 쫄데기 = 족발인 것 같았다. 본 김에 새로운 단어를 써봤다. 그녀는 뭔 소리이냐는 듯이 대답했다. “족발이예요.” 그리고 설명을 이어갔다. “앞발 2, 뒷발 2개 합해서 팔천 원이니 한 세트 가져 가세요.” 그래서 본 김에 덜컥 샀다. 무척 무거웠다.

*) 쫄데기 : 돼지의 앞다리와 뒷다리 살. 아롱사태라고 부른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첫 끼니인 점심을 대충 때우고 족발 만들기에 도전했다. 냉장고에 넣어둔 족발 세트는 정육점 안주인이 요리하기 편하게 토막을 내주었다. 그대로 물 속에 넣고 한소끔 끓였다. 후루룩 끓이면 불순물과 핏물이 제거된다. 뜨거운 물 속에서 집게로 족발을 건져서 찬물로 뽀드득 닦았다. 몇 올 남아있던 털들은 면도기로 쓱쓱 밀었다. 정육점 안주인이 손질을 잘해 두어서 손이 많이 가지는 않았다.

 

유투버의 레시피 대로 양념장을 만들었다. 2, 간장 1, 굴소스 1, 설탕 1, 올리고당 반 컵을 한데 섞었다. 그런데 족발의 양이 유투버보다 두배 정도 많았다. 부랴부랴 양념장 레시피의 절반을 더 넣었다.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족발을 양념장에 퐁당 담그고 가장 센 불로 끓이기 시작했다. 끓기 시작하고 나서 10분이 흐른 뒤 불을 약불로 줄이고 계속 끓였다. 유투버의 설명에 따르면 이렇게 1시간 반을 더 끓어야 한다.

 

20분이 지나자 양념장이 많이 졸아서 물을 더 부었다. 족발 껍데기를 조금 잘라서 먹어보니 간이 세다. 아뿔사, 간장을 더 넣지 말았어야 했는데! 고기 요리를 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이 짠 맛이다. 재료가 많다고 원래 레시피의 양념을 똑같이 늘리면 안된다. 특히 짠맛을 내는 양념은 추가할 때 조금씩 넣고 맛을 봐야만 한다. 짠 맛을 줄이기 위해 물을 더 넣었다. 어차피 족발만 건져 먹고 삶은 물은 버릴 것이니 상관없지 않을까?

 

종종 들여다보며 아래 위를 뒤섞었다. 약한 불로 끓이기 시작한지 1시간이 되자, 남편이 족발 냄비 앞으로 왔다. 냄새가 나니 먹고 싶은 듯해서 한 덩어리를 건져서 맛을 보여주었다. “간간해. 이제 불을 꺼도 될 거 같은데?” 먹음직스러운 색깔을 내기 위해 인스턴트 커피를 조금 넣었더니 캬라멜 색소를 넣을 것과 같은 색이 나왔다.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남편이 말했다. “내가 먹어 본 족발 중에 가장 뜨거웠어.”

 

불을 끄고 스테인레스 망에 족발을 건져 식혔다. 일부러 남편 눈 앞에 가져다 두었다.

 

족발을 만들고 나니 저녁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김치찌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돼지고기 비계를 물에 넣고 팔팔 끓여서 돼지고기 기름이 물에 녹아나게 했다. 그런 후 김치, 고추, , 마늘을 넣고 끓였다. 김치찌개는 오래 끓여야 맛있기 때문에 센불로 10분 끓인 다음 약불로 줄이고 기다렸다.

 

김치찌개가 끓자 맛있는 냄새가 집안 전체에 퍼졌다. 갑자기 남편이 족발 한 덩어리를 들고 먹기 시작했다. 남편이 외쳤다. “새우젓!” 그 소리를 듣고 아이가 나와서 새우젓을 찾기 시작했다. 아이는 새우젓을 종지에 덜고 나는 마늘장아찌를 덜었다. 족발이 빨리 먹고 싶었는지 아이는 낼름 새우젓만 챙겨서 아빠 곁에 앉았다. 그리고는 손으로 족발을 집어 들었다. “먹을 만해?” “맛있어.” “?” “좀 간간해.”

 

그렇게 두 사람은 족발을 먹고 있는 사이, 나는 저녁 준비를 마무리했다. 밥을 푸고 김치찌개를 뜨고 갓 만든 반찬을 접시에 담아 냈다. 밥을 차리면서 보니 족발의 절반이 사라졌고 그 옆에는 뼈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러니 밥 맛이 날리가 있었겠는가? 둘은 몇 술 뜨고 말았다.

 

반면에 나는 김치찌개에 밥 한 그릇을 뚝딱했다. 역시 김치찌개는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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