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일][07월31일][365매일글쓰기] 비
한 여름 쫙쫙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후련했다. 그 비를
그대로 맞으면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어릴 적에 소풍 갔다 오는 길에 장대비가 쏟아졌다. 그 길을 친구와 둘이서 노래를 부르며 인도 위의 물을 차며 걸었다. 그
때의 즐거웠던 기억은 비가 내릴 때마다 자동 재생되었다. 지금도 그렇다.
요즘은 비가 내리는 것이 싫다. 비가 오기 전부터 몸 여기저기 쑤시기
때문이다. 특히 관절 부위가 쏙쏙 쑤시고 몸이 찌뿌둥하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컨디션이 저조하다 싶으면 그 뒤에 비가 내렸다. 이것이 몇 차례 반복되자 어릴 적의 즐거웠던 기억이
상쇄되어 버렸다. 이제는 비가 별로이다. 딱히 좋지도 싫지도
않다.
어제 밤 남편이 말했다. “내일부터 여름 휴가야.” 우리 가족은 여름 휴가만 되면 강원도로 놀러 갔었다. 어떤 때는
계곡. 어떤 때는 바다. 때로는 친구 가족들과. 때로는 가족들과. 그런데 올해는 집에만 있기로 했다. 남편이 코로나19 때문에 비상대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휴가 선언이 당황스러웠다. 그 동안 아이의 기말시험 때문에
끼니를 간단하게 때우거나 외식을 했기 때문에 집안에 반찬 거리가 없다. 아침에는 간단히 토스트와 주스로
해결했고 점심은 간편식을 먹었다.
저녁거리를 사러 재래시장에 갔다. 집 근처 재래시장에는 항상 신선한
야채, 과일, 고기, 생선이
있어서 종종 이용한다. 그런데 오늘은 재료들의 신선도가 별로이다. 비
때문에 시장을 찾는 손님이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름 휴가철까지 더해져서 더 그런 듯했다. 덕분에 저렴한 가격에 재료들을 바리바리 샀다. 너무 무거워서 오는
길에 두 번이나 앉아서 쉬어야만 했다. 기진맥진했다. 땀을
식힐 겸 선풍기 앞에 앉았다. 무심코 고개를 들어보니 거진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두 번 쉰 시간이 길었나 보다.
급하게 저녁을 준비하고 나니 손 하나 까딱할 힘조차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한참을
누워 있었다. 온몸이 쑤시고 종아리는 땡기고 발바닥은 욱신거린다. 겨우
일어나 설거지를 하고 쓰레기 봉투를 묶었다. 남편이 밖에 비가 내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어쩐지 몸이 이상하더라니!
하늘에 번개가 번쩍번쩍하자 남편이 근심한다. “비가 많이 오려나?”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지하차도 수해로 사망자가 발생해서 비만 오면 걱정이 앞선다고 한다. 중국도 일본도 남부지방도 집중호우로 인해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남편
얼굴에 비가 내린다. 내 몸에도 비가 내린다. 비야, 조금만 내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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