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210일][07월28일][365매일글쓰기] 무서웠다

[210][0728][365매일글쓰기] 무서웠다

 

입 안으로 들어온 드릴이 구멍을 뚫는다. 드드드드... 골이 울린다. 무려 세 차례나!

 

가장 안쪽에 있는 위 어금니에 자꾸만 음식물이 끼었다. 충치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어금니를 잃었다. 아픈 이가 빠지니 시원했다. 그러나 곧바로 임플란트 공포가 이어졌다. 돈도 돈이지만 아픔이 무서워서 그냥 둬봤다. 그랬더니 없는 이빨 주변으로 통증 심해졌다. 없어진 치아 대신해서 주변의 이빨과 근육에 무리가 가고 있었다. 심지어 아래 어금니는 없는 위 이빨을 찾아 위로위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아래 어금니도 발치해야만 한다.

 

바로 어제. 임플란트를 했다. 예전에 남편이 임플란트를 한 후 얼굴에 멍이 들 정도로 아파했었다. 그 때를 생각하며 잔뜩 긴장해서 들어갔다. 마취한 부위는 얼얼한데,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알지를 못하니 무서웠다.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내 모습이 처량하다. 아무리 크게 벌려도 의사는 ~ 하세요. 더 크게 아~”를 반복했다. 끝내 간호사가 아래턱을 늘여 당겼다. 겨우 드릴이 입안에 들어가고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드드드드

 

이제 끝났나? 아니었다. 또 의사는 말했다. “더 크게 아~ 하세요.” 역시나 공간이 부족했다. 간호가 다시 나의 아래턱을 잡았다. 또 다시 드드드드

 

이제 다 끝났나? 아니었다. 또 의사가 말했다. “~ 하세요.” 나는 계속 크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정말로 크게. 여전히 의사는 만족하지 못했다. 또 다시 간호가 나의 아래턱을 잡았다. 드드드드

 

정신이 가출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간호가 말했다. “이제 머리가 울립니다. 제가 머리를 잡아드릴께요.” 머리가 울릴 일이라면 망치질인가? 드릴에 망치에. 나의 정신이 가출해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의사가 망치질을 했다. 땅땅땅.

 

이제 끝났나? 아니었다. 의사가 말했다. “~ 하세요.” 이제는 울고 싶어졌다. 무섭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나는 여전히 크게 입을 벌리고 있었지만, 의사는 만족하지 못했다. 또 다시 아래턱이 잡혔다. 드라이버로 한참을 조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

 

이제 끝났나? 아니었다. “이제 잇몸을 꿔멥니다. ~ 하세요.” 입술에 실이 닿았다. 한 땀. 두 땀. 세다가 세는 것을 잊었다. 언제 끝나나?

 

드디어 의사가 말했다. “이를 물어보세요. 벌려보세요.” 그리고 나는 수술대에서 해방되었다.

 

이제 집으로 갈 수 있나? 아니었다. “잘 되었는지 확인을 위해 사진 한 번 찍어야 합니다. 따라오세요.” 집에 가고 싶다고!

 

사진을 찍고 나왔다. 자리에 앉자 방금 찍은 사진이 떴다. 왼쪽 위 턱뼈에 임플란트가 예쁘게 자리잡았다. 무려 티타늄이다. 예쁜 사진을 얻기 위해 고생했구나!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와서 잘되었다고 설명하고 갔다. 뒤이어 상담사가 주의사항을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마치 꿈 속 같았다. 나는 방금 내 입 속에 드릴, 망치, 드라이버, 실과 바늘을 경험하고 나온 참이다.

 

이제 수납처로 이동되었다. 수납을 하고 나니 죽을 준다. “오늘 저녁은 이걸 드세요.” 정신없는 와중에도 약국에 가서 약을 받아왔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내내 나는 멀쩡했다. 집에 와서 손발을 씻고 빨래를 널 때도 멀쩡했다. 식어버린 죽을 먹을 때도 멀쩡했다. 식욕이 나서 죽을 싹싹 긁어 먹기까지 했다. 약국에서 받아온 약을 한 포 먹을 때까지도 멀쩡했다. 그리고 나서 잠에 빠져들었다. 이른 저녁 시간인데도 잠에 빠져 헤어날 수가 없었다. 잠은 다음날 오후까지 지속되었다. 정말 힘들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사피엔스 3일차 3 아담과 이브가 보낸 어느 날

사피엔스 3 일차 제 1 부 인지혁명 3 아담과 이브가 보낸 어느 날 (70~101 페이지 ) 2019 년 8 월 5 일 월요일 # 사피엔스 # 함께읽기 # 숭례문학당 # 인지혁명 # 게걸스런유전자 #7 만년전부터 1 만년전까지 # 수렵채집위주생활 # 약 1000 만명인구 ▶ 오늘의 한 문장 현대인의 사회적 , 심리적 특성 중 많은 부분이 이처럼 농경을 시작하기 전의 기나긴 시대에 형성되었다 . 심지어 오늘날에도 우리의 뇌와 마음은 수렵채집 생활에 적응해 있다고 이 분야 학자들은 주장한다 . - 70 페이지

[034일][10월04일] 넷플릭스 크리미널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편

[034 일 ][10 월 04 일 ][백일글쓰기2]  넷플릭스 크리미널 영국 , 독일 , 프랑스 , 스페인편 넷플릭스를 가입하기 전에는 케이블 TV 에서 미드 ( 미국 드라마 ) 를 보고는 했다 . 유명한 미드는 여러 장르가 있는데 , 범죄스릴러 미드가 압도적으로 많다 . 미국의 각종 수사기관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범인을 잡는 장면은 시청자의 속을 후련하게 했다 . 정의가 실현되는 장면은 마치 어릴 적 읽었던 권선징악 ( 勸善懲惡 ) 동화들을 떠올리게 했다 . 비록 드라마이지만 ,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에 심리적 위안을 느낀 것이다 . 일종의 카타르시스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