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일][07월22일][365매일글쓰기] 어쩌다
축의 시대 3
좋은 책은 작가를 상상하게 만든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축의 시대> 2장에 들어섰다. 카렌 암스트롱은 정말 멋진 작가이다. 그녀의 글은 이해하기 쉽고
마음을 움직인다. 게다가 곳곳에 정성이 보인다. 참고문헌도
그렇지만 지도는 감동을 준다. 어느 책도 어느 작가도 독자에게 이렇게 친절하지 않았다.
나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 외의 지리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내가
어떻게 카프카스 초원의 위치를 알 것이며 펀자브 평야의 위치를 알 것인가? 구글링으로 겨우 찾는다 해도
고대 지리와 연결시켜 볼 정보 따위는 없다. <축의 시대>
곳곳에는 지도가 등장한다.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읽었을 참고문헌에서 종합한 정보가 도표로 제공된다. 그래서 책 읽기가 무척 즐겁다.
오늘은 그리스 문화가 형성되던 시기에 있었던 일들을 읽었다. 그리스
문화는 그 땅에 오래 동안 정착해 산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그리스인은
인도-유럽어족이다. 즉, 그들은
카프카스 초원에서 온 아리아인이다. 놀랍지 않은가? 그리스
반도의 원주민은 미케네인이었다. 이들이 그 유명한 트로이 전쟁을 치룬 사람들이다. 아킬레우스, 아가멤논, 오이디푸스는
모두 미케네인이었다. 심지어 미케네 왕국이전에는 크레타 문명이 있었다.
기원전 1200년경 갑자기 그리스 동부 지역의 모든 문명이 사라졌다. 대홍수로 인해 먹을 것이 부족해져서 해양 민족이 이곳저곳을 약탈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을 뿐 정확한 원인은
모른다. 크레타 문명은 미케네 왕국에 의해 멸망했고, 얼마
못 가 미케네 왕국도 갑자기 사라졌다. 살아남은 일부 미케네인은 펠레폰네소스 반도 북부 아카이아에 모였고, 이후 고립된 채로 살아가게 된다. 그리스인은 그들을 아카이아 사람이라고
불렀다.
아리아인들은 기원전 2000년부터 그리스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찬란한 문명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찬란했던
미케네 문화는 그리스인들 마음 속 깊은 곳에 각인되었다. 크레타와 미케네의 영웅을 자신의 조상이라 여겼다. 자신들의 조상이 늘 그리스에 살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언어는
미케네 언어와 달랐다. 문화적, 종교적 관습도 달랐다.
아테네를 중심으로 가나안인(페니키아인)과 교역하면서 그리스인들은 무역에 탁월한 성과를 올렸다. 부가 쌓이고
인구가 늘었다. 문화도 융성해졌다. 그러나 미케네 왕국의
갑작스런 멸망에 대한 기억은 그리스 문화를 염세적으로 물들였다. 그리스 신화에 곳곳에는 증오와 갈등이
가득 차 있다. 아버지를 죽이는 아들, 자식을 삼키는 아버지, 승리를 위해 딸을 제물로 바치는 아버지, 그런 남편을 암살하는 아내, 또 그런 어머니를 죽이는 아들 등등. 그리스인들은 비극에 집착했다.
그리스인에게 신은 인간의 운명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악동들이었다. 믿을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리스인 스스로가 자신의 운명을 책임지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신들의 충돌질로 인해 인간이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헤라클레스가 독사에 물리고 난 후 광기에 사로잡혀 아내와 자식을 죽인 것은
헤라의 증오로 인해 일어난 일이라는 식이다. 그래서 그리스인들은 항상 죄책감, 공포와 깊은 불안을 안고 살았다. 이러한 심리가 그대로 신화와 축제에
반영된다. 축제조차도 과거의 비극을 재현하며 정적 속에서 슬퍼했다.
오늘의 글을 요약하면 이렇다. 지금의 그리스인들은 카프카스 초원에서
온 아리아인이다. 원래 그 곳에 살았던 사람들은 필로폰네소스 반도 북부에 몰려 사는 소수의 아카이아인으로
이들은 미케네 왕국의 후손이다. 미케네 왕국이 순식간에 멸망하는 것을 본 그리스인들의 무의식에는 비극이
깊이 새겨졌다. 비극은 그리스 신화와 축제에 반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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