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일][07월18일][365매일글쓰기] 그냥
생각해 봤다
인간은 신을 믿는다. 신이 인간을 지켜주고 소원을 들어준다. 인간은 신에게 제물을 바쳐서 자신의 진심을 내보인다. 제물은 인간
자신이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인간이 신에게 귀한 것을 바치면 신은 인간의 소원을 들어준다. 돈을 원하면 돈을. 건강을 원하면 건강을. 행복을 원하면 행복을.
인간의 소원은 자기 자신의 욕망에서 나온다. 옆집이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비는 사람이 있을까? 이웃나라의 어떤 환자가 건강해지라고 비는 사람이 있을까? 자기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면 타인을 위해 제물을 바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항상 신과 함께 해왔다. 인간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신전도 있다. 인간은 소원을 빌기 위해 신전을 찾아가 제물을 바쳤다.
그 시대에 귀하게 여기는 것을 바칠 수록 소원이 이루어질 확률도 커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성껏 제물을 마련했고 신단에 제물을 바치며 소원을 빌었다.
신은 신전에 산다. 그런데 신은 실체가 없다. 사람들이 바친 제물이 쌓여도 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면
누가 제물을 챙기고 관리하는가? 바로 인간이다. 그러나 그들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신이 지목한 특별한 인간이다. 신의
명령에 따라 제물을 모으고 관리한다.
나날이 제물이 늘어나 관리해야 할 사람이 더 필요해진다. 신이 지목한
특별한 인간은 평범한 사람들을 고용한다. 누구는 창고를 관리하고 누구는 청소를 하며 또 누구는 신에게
바칠 음식을 만든다. 사람들이 바친 제물이 사람들에게 되돌아간다.
매일매일 제물이 쌓이다 보니 창고가 넘쳐나서 쌓아 둘 공간도 더 필요해진다. 그래서
신전을 더 크게 짓기로 한다. 신이 지목한 특별한 사람은 새로운 신전을 짓기 위해 사람들을 고용한다. 이제 사람들이 바친 제물이 다시 사람들에게 되돌아간다.
가뭄이나 홍수로 인해 흉년이 들면 사람들이 굶어 죽게 된다. 인구수가
줄어들면 제물을 바치는 사람 수도 줄어들게 된다. 신이 지목한 특별한 사람은 창고에 있는 곡식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그냥 주는 것이 아니다. 빌려준다. 신전으로부터 빌린 곡식으로 생명을 구한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서 신전에 곡식을 갚는다. 물론 제물도 바친다. 흉년에도 신전의 부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신전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더욱 더 열성적으로 신을 믿고 신에게 제물을 바쳤기 때문에
신전에는 전보다 더 많은 제물을 쌓이게 된다.
신전의 곳간에 제물이 넘쳐나서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 된다. 그래서
신은 이웃나라의 다른 신과 전쟁을 벌인다. 신은 인간들을 병사로 고용한다. 대장장이에게 무기를 만들게 한다. 군인들에게 줄 군복도 만든다. 전쟁에 필요한 식량을 나르기 위해 마차와 말도 산다. 인간들이 바친
제물이 다시 인간에게 되돌아간다.
전쟁은 인간들의 목숨을 빼앗아간다. 전쟁은 신의 부를 소진시킨다. 꼭 승리해서 이웃나라 신의돈을 빼앗아야만 한다. 이기기만 하면 신전은
엄청난 부자가 될 수 있다. 만약 패배하면 신전은 사라지고 이웃나라의 신이 새로운 신전을 지을 것이다.
다행이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많은 인간들이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이웃나라 신의 곳간도 비어 있었다. 그래서 예상보다는 빼앗은 돈이
적다. 이웃나라 인간들까지 신에게 제물을 바치기 시작했다. 다시
신전이 바빠진다. 이웃나라에 신전을 건설해야 하고 일할 사람도 고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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