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일][07월15일][365매일글쓰기] 끝없는
정리정돈
집 정리를 다시 시작했다. 여기저기 쌓여있는 물건들을 치우는 작업이다. 정리된 공간에 새로운 물건이 들어와서 놓일 곳을 찾지 못하면 그 물건은 바닥에 쌓이게 된다. 인간은 소유물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새로운 물건이 들어오면 오래된 물건은 버려야만 새로운 물건을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오래된 물건에 집착하여 버리지 못한다. 이렇게 해서 정리되어 있던 공간에 혼란이
일어난다.
삼일 간 버린 재활용 쓰레기가 엄청나다. 겨우 서재의 한쪽 벽을 정리했을
뿐이다.
예전에 어느 집을 정리정돈하는 일을 해봤다. 바로 직전에 수납전문가
과정을 들어서 의욕이 넘쳤던 시절이었다. 몇 사람이 함께 며칠 동안 정리정돈을 했다. 비닐, 일회용 용기, 헌옷, 헌 이불, 헌 카페트, 오래된
음식 재료, 고장 난 가전제품 등등등.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재활용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 수 톤은 될 듯했다. 일부는
고물상에 내다 팔았고 나머지는 재활용 쓰레기로 버렸다. 몇 개월이 흐른 후 그 집을 재방문했다. 집은 원상복구되어 있었다. 다시 물건들이 쌓인 것이다. 이후로 내 집만 신경쓰기로 했다. 내 집 현상유지도 힘들다. 내 집에도 자꾸만 물건이 쌓인다.
집안을 깔끔하고 쾌적하게 유지하려면 쉴 새 없이 정리정돈을 해야만 한다.
물건의 위치가 올바르지 못하면 물건은 제자리를 벗어나게 된다. 가족들의
생활패턴에 맞게 위치를 다시 잡아주면 좋다. 그러나 물건의 위치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몸이 예전 위치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위치에 적응하기 전까지는
매우 불편하다. 예를 들어 수건은 욕실 안에 두어야 하지만, 욕실
수납 가구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수건은 몇 개만 넣을 수 있다. 따라서 욕실 밖에 추가로 수건을 수납해야만
한다. 욕실 안의 수건을 다 썼을 경우에는 욕실 문만 열면 바로 손을 뻗을 수 있는 거리에 수건을 두어야
한다.
물건의 양에 비해 공간이 좁다면 물건을 없애든지 공간을 늘려야 한다.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나의 경우에는 책이 그렇다. 계속 새로운
책을 사게 되어 책장에 꽉 차게 되었다. 책 위와 책 앞에 쌓아 두다가 결국은 책장 주변 바닥에 새
책이 쌓였다. 그럴 때마다 책장의 책 중 일부를 중고로 팔기도 하고 재활용으로 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책장은 부족했다. 결국 온라인 상점에서 3칸X5단 책장을 두 개나 사서 거실 한쪽 벽면에 세워 두었다. 어떻게 되었을까? 1년이 지나자 거실 책장까지도 책이 넘쳤다. 책장에는 책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편과 내가 알뜰시장에서 사온
온열조끼와 생일선물로 받은 와인과 오며가며 받은 각가지 과자와 핫팩도 있다. 거기에 더해 덩치가 큰
연필깍이와 저금통까지 책 앞에 놓여 있다.
어느 집이나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어떤 집은 옷이. 다른 집은 먹거리가. 또 다른 집은 가전제품이.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물건이 넘쳐흐른다.
해결책은 더 이상 새로운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이다. 물건 하나를 사면
반드시 하나를 버려야 한다. 예를 들어 컵을 하나 사면 사용하던 컵 중 하나는 버린다. 책 한 권을 사면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 한 권을 버린다. 이렇게
하면 현상유지는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미니멀 라이프를 즐기고 싶다면, 집 안의 물건 대다수를
처분해야만 한다. 그릇 수는 식구 수만큼만. 수건은 욕실
안에 수납 가능한 갯수만큼만. 옷은 계절별로 3벌까지만. 등등등. 소유한 물건의 종류와 숫자가 적으면 적을수록 공간과 시간의
여유는 늘어난다. 마음의 평화도 늘어난다.
그러나 미니멀 라이프에 진입하기란 쉽지가 않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저장하려 하기 때문이다. 겨울을 나기위해 음식을 저장했던 것처럼. 일상생활용품도
저장하려 한다. 예를 들면 핸드백이 낡을 것을 대비해 여분의 핸드백을 하나 혹은 몇 개 저장한다. 집착하는 물건이 있을 경우에는 저장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예전에
TV에 소개된 어떤 사람은 집안에 박스조차도 뜯지 않은 전기밥솥이 6개(9개였던가?)나 있었다. 수납전문가는
사용하고 있는 전기밥솥이 있으니 새 것은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처분하자고 고객을 설득했지만 고객은 단호히 거절했다.
정리정돈이든 미니멀 라이프이든 모두 다 공간을 개개인의 생활패턴에 맞게 유지하는데 목적이 있다. 여기에서 핵심어는 개개인의 생활패턴이다. 즉, 나의 마음이다. 마음이 편안하면 공간도 산뜻하게 정리된다. 마음이 산란하면 공간도 물건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게 된다. 마음에
집착이 있으면 물건이 공간을 모두 차지해버린다. 공간을 정리하기에 앞서 자신의 마음을 정리해야 한다.
삼일 간 서재 한쪽 벽면을 정리정돈했다. 벽면의 절반을 비워냈다. 이제는 다른 벽면에 도전한다. 목표는 책꽂이 몇 개 버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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