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일][07월06일][365매일글쓰기] 주차장에서는
천천히
순간 진심으로 놀랐다. “이 차는 뭐지?” 내 앞으로 돌진하는 SUV가 보였지만 상황판단이 되지 않았다. “악~!” 다행히 SUV는
끼익거리며 멈췄다. 차체가 뒤흔들리는게 보였다.
이 일은 도로 위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길거리도 아니었다. 나는 대형 마트 주차장에서 트렁크에 집을 싣고 있었다. 카트를 트렁크까지
가져갈 수 없는 구조라서 차 앞에 카트를 세워 두고 장바구니를 하나씩 트렁크로 옮기던 중이었다. 내가
서있던 장소는 자동차 교행이 가능할 정도로 넓었다.
도대체 이 SUV는 어디서 튀어난 것일까? 자세히 보니 내 차 맞은 편에 주차했던 차였다. 운전자는 앞을 보지
않고 급하게 차를 뺐나보다. 어떻게 빼야 이런 각도와 속도가 나오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황을 유추하느라 SUV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 속에서는 상황 재현하면서.
운전석 창문이 내려가더니 운전자가 못 봤다고 사과를 한다. 그리고는
썡하니 가버렸다. 나는 여전히 멍하니 서있었고, 이제는 “유혹하는 글쓰기”의 ‘인생론’의 한 장면이 떠올리고 있었다.
내 기억이 옳다면 나는 그날 오후 4시쯤에 산책을 시작했다. 그리고 큰길로 접어들기 직전에(서부 메인에서는 중앙에 하얀 선을
그어놓은 길은 모조리 큰길이다) 숲 속으로 들어가 소변을 보았다. 내가
다시 선 채로 오줌을 눌 수 있게 된 것은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나서였다. <중략> 내가 5번 루트를 따라 걷는 그 1마일은 대개 시야가 탁 트인 편이다. 그러나 그중의 한 구간은 짧고
가파른 언덕길이어서 북쪽으로 가는 보행자에게는 앞쪽이 잘 보이지 않는다. 내가 이 언덕을 3/4가량 올라갔을 때 다지 승합차의 소유자이며 운전자였던 브라이언 스미스가 언덕 꼭대기에 이르렀다. 그는 도로를 벗어나 갓길로 달리고 있었다. 그것도 내 쪽의 갓길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데 주어진 시간은 3/4초 정도였다. ‘맙소사, 내가 학교 버스에 받히는구나’하고 생각한 것이 고작이었다. 나는 왼쪽으로 피하려 했다. 내 기억은 거기서 끊어진다. – “유혹하는 글쓰기” 312페이지, 스티븐 킹, 김영사
스티븐 킹은 운이 나빴지만 나는 운이 좋았다. 아닌가? 오늘은 운이 나쁜 날이다. 오늘은 수백 번이 반복한 패턴이 깨진
날이다. 대형 마트 지하주차장에서 누가 사고를 예상이나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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