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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일][07월05일][365매일글쓰기] 영화 살아있다 패러디

[187][0705][365매일글쓰기] 영화 살아있다 패러디

 

벌써 21일째이다. 아직도 집 밖에는 좀비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그들이 처음 나타났을 때는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다. 비명을 지르면 뛰어다니는 사람들과 빠른 속도로 쫓아가는 사람들이 뒤엉켜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열린 창문으로 밖을 내다 보던 나는 너무 놀라서 숨 쉬는 것조차 잊었다. 공포에 질린 사람에게 달려들어 게걸스럽게 물어뜯는 것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짐승 그 자체였다. 비명 소리와 빨간 피. 얼마 지나지 않아 정적이 찾아왔다. 밖은 물어뜯긴 채로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좀비들이 점령했다.

 

3일째 되던 날을 떠올리면 몸서리가 쳐진다. 라면을 끓이기 위해 냄비를 꺼내다가 바닥에 떨어뜨렸다. 꽈당하는 소리가 나자마자 바깥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좀비들이 우리집 쪽으로 몰려 들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입을 쩌억 벌린 채 당장이라도 아파트 벽을 기어오를 태세였다. 나는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그러나 좀비들은 맨손으로 벽을 오를 힘은 없는 듯했고 계단을 이용할 생각도 못하는 듯했다. 다행이었다. 그날은 하루 종일 굶었다.

 

10일째가 되던 날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단지 안으로 자동차가 돌진해 들어왔다. 빠른 속도로 좀비들을 들이 받았다. 차에 부딪쳐 나뒹굴던 좀비들은 곧바로 다시 일어나 차를 향해 돌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좀비 덩어리로 변했고 이어서 문짝이 떨어져 나갔다. 운전자는 무참히 물어 뜯겼다. 처참한 비명 소리가 단지 안에 울려 퍼졌다. 그 장면을 보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절망스럽다.

 

12일째가 되던 날 물이 떨어졌다. 아직 먹을 거리가 남아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남은 식량을 모두 모았다. 쌀 조금, 라면 다섯 개, 과자 3 봉지, 전투 식량 5개 그리고 통조림이 있었다. 물이 끊길 줄 알았으면 욕조에 물이라도 받아 놓았을 텐데 아쉬웠다. 물을 구하러 나가야 할까? 건물 안의 다른 집에 물이 있을 것이다. 드라이버와 망치를 배낭에 챙기고 운동화를 신고 조심히 현관문을 열었다. 고개를 내밀어 밖을 보니 좀비들은 보이지 않았다. 앞집의 도어락을 드라이버와 망치로 뜯어냈다. 쿵쿵쿵. 소리가 계단을 통해 울리자 어디선가 고함소리가 들렸다. 시간이 없다. 곧 좀비가 들이닥칠 것이다. 서두르다가 망치에 엄지 손가락이 맞았다. 무서워서 아픔을 느끼지도 못한 채 연속해서 망치를 휘둘렀다. 도어락이 떨어져 나가자,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 곧바로 잠금 장치를 걸었다. 문 밖에서 좀비들이 문을 향해 몸을 던졌다. 잠금 장치가 들썩인다. 부엌으로 달려가 식탁 의자를 가져와 문고리를 괴었다. 온 몸으로 문을 밀었다. 내 몸안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큰 힘이 나왔다. 좀비들은 문을 뜯을 듯이 달려들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바깥이 조용해졌다. 나는 살금살금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날 밤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13일째가 되었다. 집 안에서 생수병을 찾았다. 순식간에 한 병을 다 마셨다. 소리를 죽여 현관문으로 가서 렌즈를 통해 바깥을 내다 봤다. 현관문 바깥 바로 앞에 좀비들이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어제 일 때문인지 더 이상 그들이 무섭지 않았다. 집안에서 큰 가방을 찾아서 생수병을 담고 현관 앞에 두었다. 거실 베란다 창문을 열고 큰 화분을 바깥으로 던졌다. 화분은 와장창 큰 소리를 내며 깨어졌다. 현관 밖에 있던 좀비들이 그 소리를 듣고 소리를 지르며 바깥으로 달려 나갔다. 나는 재빨리 잠금 장치를 풀고 가방을 들고 우리집으로 돌아왔다. 집안에 들어서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았다. 그리고는 잠에 빠져들었다.

 

18일째가 되던 날,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다. 낮게 비행하는지 대포를 쏘는 것처럼 큰 소리가 났다. 바깥의 좀비들이 헬리콥터가 가는 방향을 향해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지르는 고함 소리가 끔찍했다. 여러 대의 헬리콥터가 동쪽을 향해 날아갔다. 좀비들은 헬리콥터 소리를 따라 달려갔다. 곧 이어 엄청난 폭발음이 연속해서 들려왔다. 학교 쪽이었다. 좀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21일째 날은 아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먹을 것이 얼마 남지 않아서 식량을 구하러 나서야만 했다. 그런데도 왠지 모를 기대감으로 들떴다. 좋은 일이 있으려나? 창문 너머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희망을 속삭이는 듯했다. 가벼운 흥분 속에서 거실 안을 서성거렸다. 정오가 되자 단지 안으로 큰 트럭이 들어왔다. 얼마만에 들어보는 차소리인가! 창을 통해 바깥을 살폈다. 트럭 뒤쪽 철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군인들 한 무리가 나왔다. 그들은 트럭을 빙 둘러서서 피켓을 높이 들었다. 피켓에는 구조하러 왔습니다가 크게 적혀 있었다. 나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배낭을 메고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계단에는 좀비들이 없었다. 트럭에 오르면서도 눈물은 계속 흘러내렸다. 옷 소매로 코를 훔치며 말 없이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철문 곁에 서있던 군인이 엄지를 들어올렸다. 그가 눈으로 말했다. “잘했어!” 우리 단지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9명이었다. 생존자와 군인을 태운 트럭이 출발했지만, 우리 중 누구도 입을 열지는 않았다. 간간히 안도의 숨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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