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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일][07월03일][365매일글쓰기] 小知不及大知, 小年不及大年

[185][0703][365매일글쓰기] 小知不及大知, 小年不及大年

 

小知不及大知, 小年不及大年.

작은 지혜는 큰 지혜에 미치지 못하고, 짧은 수명은 긴 수명에 비치지 못한다.

朝菌不知晦朔, 蟪蛄不知春秋, 此小年也.

조균은 한 달의 길이를 알지 못하고, 혜고는 봄과 가을을 모르니, 이것이 짧은 수명이다.

 

2005년 구글 어스를 처음 봤을 때가 떠오른다. 마우스를 움직이면 지구가 회전을 한다. 지구 위의 한 곳을 찍으면 확대해서 지표면을 상세히 살필 수 있다. 우리 집을 찾아 보고, 자주 가던 거리도 가보고, 세계의 유명한 관광지도 구경했다. 신세계가 따로 없었다. 한동안 틈만 나면 구글 어스로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지도를 좋아했다. 아버지의 책장에 있는 우리나라 지도를 펼쳐서 도시를 잇는 도로를 찾아보고는 했다. 운전을 하면서부터는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지도로 꼼꼼히 살펴 본 다음에 출발했다. 휴일에도 지도를 들여다보면 상상의 나래를 폈다. “이 거리에는 어떤 사람들이 무엇을 하며 살까?”

 

구글 어스로 인해 나의 세상은 지구 전체로 확장되었다. 둥근 지구 위 어딘가에 있는 나의 존재는 티끌보다도 작았다. 티끌보다 작은 나의 생활 터전은 지구 전체에 비교하면 작은 점에 불과하다. 그 곳에서 는 나는 희노애구애오욕(喜怒哀懼愛惡欲)이 뒤엉킨 삶을 살아간다. 당시 나는 사무실의 자리 하나를 지키기 위해 온갖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구글 어스가 나에게 속삭였다. “지구는 이렇게 넓은 데 당신은 왜 그 책상을 벗어나지 못하는가!” 그랬다. 굳이 반 평도 안되는 공간을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세계는 넓고 수천수만 가지 기회가 널려 있었다. 이것이 구글 어스가 나에 준 지혜였다.

 

2015년 영화 <마션>이 개봉되었다. 이전의 화성관련 영화들은 모두 공상 과학 영화였다. 지구 보다 앞선 문명을 구축한 화성인이 나오는 영화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이 그랬고 화성이 식민지로 나오는 영화 <토탈 리콜>이 그랬다. 공상 과학 영화 속의 화성은 그저 상상일 뿐이었기에 나와는 무관했다. 반면에 영화 <마션> 속의 화성은 현실이다. 인류는 이미 구체적인 화성 이주 계획을 세웠다. 그 계획들 중에 현재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스페이스X사의 화성 이주 프로젝트이다. 스페이스 X2024년에 화성 여행 상품을 출시하고 50년 내에 100만명을 이주시키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영화 <마션>은 스페이스 X에서 실행하고는 화성 정착 프로젝트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영화 <마션>에 등장하는 기술적 묘사는 2016년 발표된 미국 드라마 <인류의 새로운 시작, 마스>에도 등장한다. 이 콘텐츠는 드라마로 분류되어 있지만, 다큐 드라마가 더 정확한 분류일 것이다. 스페이스X가 준비하고 있는 화성 이주 프로젝트의 2016년도 수준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와 첫 화성 이주가 시작되는 2033년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교차 편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화 <마션>과 미국 드라마 <인류의 새로운 시작, 마스>를 통해, 나는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주목하게 된 것은 시간이었다. 화성과 지구는 다른 시간 체계를 갖는다. 화성의 하루는 24시간 3935.244초이고, 1년은 686.98일이다. 인류가 화성 이주에 성공하게 되면 다음 이주지는 토성의 위성 타이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타이탄이 속한 토성의 하루는 10시간 3235(예상치)이고 1년은 지구의 29.5년에 해당한다. 지구, 화성 그리고 토성의 타이탄 모두 다른 시간 체계를 갖고 있다. 만약 세 곳 모두에 인간이 살게 된다면, 인간은 어느 시간을 따르게 될까?

 

시간은 산에서 더 빨리, 평지에서는 더 느리게 흐른다. 아주 작은 차이지만, 인터넷으로 천 유로(한화 131만원) 정도에 살 수 있는 정밀한 시계로 측정이 가능하다. 조금만 훈련하면 누구든 시간이 느려지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전문 실험실용 시계가 있으면, 몇 센티미터만 낮아져도 시간이 지연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계는 탁자 위에 놓았을 때보다 바닥에 두었을 때 솜털만큼 더 느리다.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17페이지, 카를로 로벨리, 쌤앤파커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이 블랙홀 근처에 있는 별에서 몇시간 머물다 오는 장면이 있다. 우주선에 두고 온 동료는 기다림에 지친 표정으로 23년이 흘렀다고 말한다. 이 장면은 중력이 강할수록 시간이 느려진다는, 즉 지연된다는 물리법칙을 설명한다. 중력이 강하다는 질량이 크다와 같은 말인데, 질량이 크면 클 수록 시간은 더 느려진다. 영화의 주인공이 다녀온 별은 질량이 어마어마하게 큰 블랙홀 근처에 있었다. 그래서 주인공의 시간이 느려진 것이다. 이런 현상을 시간 지연이라고 부른다.

 

이와는 반대로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1/3 정도 된다. 타이탄의 중력은 지구의 14/100이다. 따라서 화성과 타이탄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시간은 지구보다 더 빠르다. 화성과 타이탄에서 사는 사람들은 지구에 사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하고 더 빨리 노화하게 된다. 그러므로 세대 교체도 더 빨라진다. 예를 들어 쌍동이 중 한 사람은 지구에 남고 다른 한 사람이 화성으로 이주하게 되다면 지구 시간으로 십 년 후에는 두 사람 중 화성에 간 쌍둥이가 더 늙어 있을 것이다.

 

인간이 지구를 떠나는 순간 시간은 무의미해진다. 지구, 화성, 타이탄 모두 각자의 시간을 갖게 되기 때문에 시간을 절대 기준으로 삼을 수 없게 된다. 그것은 지구 위도 마찬가지이다. 현재의 지구는 12개의 시간대를 갖는다. 한국이 오전 9시일 때 뉴욕은 어제 밤 8시이다. 우주시대가 되면 지구의 시간 체계도 변화할 수 밖에 없다. 인류가 지구에만 살 때야 지구 시간을 12개로 해도 상관없었지만, 인류가 우주로 흩어져 살게 되면 지구를 대표할 오직 1개의 시간만이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시대가 되면, 인간은 우주 여기저기를 여행하게 된다. 태양계내는 물론 더 나아가 태양계 밖으로도 나갈 수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인공 쿠퍼는 제2의 지구를 찾기 위해 우주를 여행하다 우여곡절 끝에 지구를 떠난 이주민들과 조우한다. 우주 여행에서 돌아온 쿠퍼는 자신보다 훨씬 늙어버린 딸과 마주한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우주를 여행한 쿠퍼와 지구 위에 머물러있던 딸의 시간이 완전히 다름을 알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쿠퍼와 헤어져 다른 별에 도착한 여주인공 아멜리와의 시간도 완전히 다르다. 만약 쿠퍼가 아멜리아가 있는 별로 가면 자신보다 훨씬 늙어버린 그녀를 만나게 될 것이다. 왜 그럴까?

 

움직이는 물체는 정지해 있는 물체보다 더 짧은 기간을 경험한다. 시계의 초침이 덜 이동하고 식물이 덜 자라며, 아이들은 꿈도 덜 꾼다. 움직이는 물체에서 시간은 줄어든다. 여러 장소에서의 시간도 하나로 공통적이 않지만, 한 장소에서의 시간도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기간은 정해진 궤적을 지는 어떤 사물의 움직임과만 관련이 있을 수 있다.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49페이지, 카를로 로벨리, 쌤앤파커스

 

우리는 지구 위에 사는 77억의 사람들이 모두 같은 시간을 갖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 중 누군가는 한 곳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고, 누군가는 비행기를 타고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정지해 있는 사람과 빠르게 이동하는 사람이 겪는 시간은 분명 다르지만, 우리는 시간이라는 잣대로 둘 다 동일한 시간을 겪었다고 단정해 버린다. 엄밀히 따지자면, 77억명은 각기 다른 시간을 가지고 살아간다. 중력의 크기와 이동 속도에 따라 77억개의 개별 시계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과거, 현재, 미래 또한 77억개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50년 후면 77억개 중 100만개가 완전히 다른 시간 체계로 옮겨가게 된다. 지구 위에서야 그 차이가 미미해서 개별 시간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겠지만, 화성 이주를 통해 인류의 시간 개념은 전복될 것이다. 더 나아가 태양계 밖 제2의 지구로 이주하게 된다면, 시간은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될 수 밖에 없다.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시간을 맞춘단 말인가? 지구의 아침과 화성의 아침은 완전히 다를 것이고 제2의 지구에는 아침이라는 개념조차도 없을 수 있다.

 

인류는 완전히 다른 공간에서의 완전히 다른 시간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게 될까? 우리는 흔히 말한다. ”하루살이에게 해는 한 번 밖에 뜨지 않는다. 반면에 거북이에게는 20만 번(500세 기준) 넘게 뜬다. 인간에게는 고작 36,000(100세기준)이 뜬다.” 이것은 지구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개념이다. 인류가 화성에 정착하는 순간부터 인류는 이 개념을 버리고 새로운 개념을 세워야만 할 것이다. 이때의 인류는 장자의 붕()새는 상상의 새가 아닌 현실의 새로 눈 앞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격변(激變)을 겪게 될 것이다. 단지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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