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일][06월10일][365매일글쓰기] 글이
잘 안 써질 때
제법 그럴듯한 글이 나올 때는 자판 위의 손가락이 춤을 춘다. 생각도
막힘없이 흘러나오고 글도 망설임없이 술술 나온다. 이럴 때 쓴 글은 퇴고할 건덕지(건더기의 방언)도 없다. 일사천리(一瀉千里, 강물이 거침없이 흘러 천리에 다다른다)이다.
글이 잘 안 써질 때는 나는 목, 정확히는 식도에 힘이 들어간다. 글을 짜내느라 애를 쓰느라 힘이 잔뜩 들어간다. 자판 위의 손가락은
멈칫거린다. 백 스페이스를 자주 사용하고, 문장을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느라 손가락까지 아프다. 글을 쓰는 속도도 굼벵이가 따로 없다. 오랜 시간 걸려 나온 글은 처참하다.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는
수준이다.
언제 글이 잘 안 써지는가? 쓰고자 하는 주제에 대한 지식이 얕을
때 혹은 주제를 생각한 시간이 짧을 때 그렇다.
코로나19로 기말시험이 취소되고 온라인 과제로 대체되어서 요즘 과제물을
작성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교수님들은 학생들이 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과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궁금하신가 보다. 기말 온라인 과제에는
과목마다 학생의 소견을 적어야 하는 문항이 있다. 오늘 이른 새벽에 중한 번역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느라 낑낑댔다. 겨우 끝내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쓴 글이 계속 머리 속을 떠다녀서 잠을 자는 것인지
퇴고를 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새벽에 쓴 글을 다 지우고 새로 썼다. 800자 이내로 써야 해서 곁가지를 다 쳐냈다. 일목요연(一目瞭然, 한 번 보아서 훤히 알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하다)해졌다. 흡족하다.
글이 잘 안 써질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단 노트북을 닫는다. 잠시 생각을 멈춘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저절로 방금 쓴 혹은 쓰려고 한 글로 간다. 마음이 스스로 알아서 글을
구상하도록 지켜본다. 이제 되었다 싶을 때 다시 글을 쓴다. 글이
잘 안 써진다고 조급할 필요는 없다. 그냥 잠시 내버려두는 것만으로 인간의 뇌는 알아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작년에 100일 글쓰기를 할 때 카페에 올라온 작가들의 글쓰기 비법은
글쓰기 입문자인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중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비법은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서
끊임없이 나를 조정하고 있다. 그 비법을 찾아보려 카페에 들어가봤지만 검색이 안되어서 찾지 못했다. 대신에 인터넷 포털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쓰기 비법을 요약한 블로그를 찾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고 요약한 글인데, 블로거의 시각이 꽤 재미있다.
- 나사풀린 여자, “48.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https://blog.naver.com/jwkoo77/221732025815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쓰기 비법은 이렇다. 매일 원고지 20매를 쓴다. 그리고 글을 쓸 수 있는 체력을 확보하기 위해 매일
달린다. 하루에 원고지 20매 분량을 쓸 수 있게 되면 책
한 권도 쓸 수 있다. 좋은 글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퇴고를 해야 한다.
하루에 원고지 20매를 쓸 수 있다면 퇴고를 위해 장편 소설을 처음부터 다시 쓰는 일도
거뜬히 해낼 수 있게 된다.
매일 과제 하느라 분주하다. 지친다.
책을 읽고 싶다. 교과서 말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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