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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일][06월09일][365매일글쓰기] 볶음밥을 먹으러 그 식당에 간다

[161][0609][365매일글쓰기] 볶음밥을 먹으러 그 식당에 간다

 

요즘 자꾸만 그 식당의 볶음밥이 떠오르고는 한다. 아이가 한가할 때, 아이를 꼬드겨서 그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갈 때면 흥이 저절로 난다. 그 식당의 주 메뉴는 딱 두 가지이다. 닭갈비와 부대찌개.

 

닭갈비와 부대찌개, 두 메뉴 모두 훌륭한데, 식당에 가서 먹을 때는 항상 닭갈비를 먹는다. 다 먹은 후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먹기 위해서이다. 닭갈비를 포장해 가도 되지만, 집에서 포장한 달갈비를 볶아 먹는 것보다 식당 주인장이 직접 볶아 주는 것이 훨씬 맛있다. 센 불, 강철 팬 그리고 주인장의 정성 어린 볶음 기술 때문인 듯하다. 어느 정도 익으면 불을 줄이고 야채와 떡부터 허겁지겁 집어먹는다. 그 사이에 보이는 고구마는 꿀보다 더 달다. 먹다 보면 닭고기가 다 익게 된다. 다시 뜨겁고 매콤하고 달달한 닭고기를 후후 식혀서 먹는다. 그 사이에 추가 주문한 달걀찜이 오면 뜨거운 달걀찜도 후후불어 한 숟가락씩 떠 먹는다. 닭갈비와 계란찜의 조화는 감동적이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닭갈비의 백미는 볶음밥이다. 한창 먹고 있을 때, 주인장은 슬그머니 다가와 불을 끈다. 그래야 닭갈비 양념이 다 졸아붙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정말 중요하다. 저번 주에 우리는 불 조절을 잘 못해서 닭갈비 양념이 다 졸아버려서 볶음밥을 망쳤다. 오늘은 주인장이 왔다갔다하기 편한 곳에 앉았기 때문에 귀중한 양념을 지킬 수 있었다. 매콤하고 달콤한 양념에 밥을 볶은 후, 계속 열을 가해서 눌러 붙게 한다. 팬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나면 볶음밥이 완성된다. 불을 끄고 잔열로 더 익히며 뜨거운 볶음밥을 후후 불어가며 먹는다. 이 즈음이 되면 배가 부르지만, 볶음밥을 다 먹을 때까지 숟가락을 놓을 수는 없다. 지금 먹지 않으면 집에 가사 내내 남기고 온 볶음밥이 아쉬워 눈물 흘리게 된다.

 

뜨끈뜨끈한 닭갈비, 계란찜 그리고 볶음밥을 먹고 나면 온 몸에 따스한 기운이 흐른다. 에너지 만땅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즐겁다. 아이와 둘이서 슬렁슬렁 걸으면서 호호 웃으면서 대화를 나눈다. 이 보다 더 만족스러울 수가 없다. 지난 주에는 볶음밥을 망쳐서 돌아오는 길이 즐겁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은 더 즐거웠다.

 

집에 도착했다. 아직도 입안에는 매콤하고 달콤한 닭갈비와 포실포실한 계란찜과 맛깔나는 볶음밥의 향이 남아있다. 잠자리에 들 때까지 여운을 즐긴다. 정말 행복한 식사였다. 땡큐, 그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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