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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일][05월31일][365매일글쓰기] 그냥 쓰고 싶은 데로

[152][0531][365매일글쓰기] 그냥 쓰고 싶은 데로

 

! 이건 비밀인데, 난 정말 좋은 글은 그렇게 써야 하는 줄로만 알았어. 그래서 그렇게 써왔지.

 

내가 학교 다닐 때 글을 얼마나 써봤겠어. 겨우 고3때 논술시험 준비한다고 몇 번 끄적여 본게 다지 뭐. 대학 논술과 면접 시험이 있던 날, 하필이면 눈이 왕창 왔지. 소복이 쌓인 눈을 밟고 고사장으로 갔어. 논술 주제가 뭐였는지 기억은 잘 안나는데, 눈 내린 것은 기억이 나네. 학기 중에는 시험 볼 때마다 뭘 논하라고 해서 또 열심히 적었지. 뭘 적었는지는 기억은 안 나는데, 빽빽이 적은 기억은 나네. 취직했더니 이것저것 써야할 게 많더구만. 그래서 쓰고 또 썼지. 글의 구성이야 뻔했고, 글의 기교는 필요 없었고, 단지 간단 명료하게 쓰는게 중요했어. 그냥 평범한 보고서, 분석서, 계획서, 기획서, 설계서, 사용설명서를 썼어.

 

어느 날 누가 이렇게 써야 한다고 하더군. 멋져 보이더라고. 나도 그렇게 쓰고 싶었지. 열심히 흉내를 내봤지만, 잘 안되더군. 어떤 이는 그런 스타일의 글을 작은 논문같다고 했지.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어. 딱 맞는 표현이었어. 이왕이면 나도 그렇게 잘 써보고 싶었지. 그런데 잘 안 되더구만. 그래서 더 노력해봤지. 그래도 잘 안 되더구만.

 

요즘 들어 시험 공부하느라 바쁘고, 관심있는 사회 이슈를 파고 드느라 바빠서, 자유롭게 글을 써봤는데, 쫌 재미있더구만. 왠지 자유롭게 쓰는게 더 나아 보이기도 하고. 얼마 전에 올라온 <단편소설 쓰기의 모든 것>의 발췌문을 읽고 이 책을 살까말까 고민하면서 서핑을 해봤지. 바쁜데 책을 산들 읽을 수나 있겠어? 그래서 반쯤 포기한 상태였지. 어떤 사람은 <유혹하는 글쓰기>가 좋았대. 그래서 또 서핑을 해봤지. 이 세상에 정말 좋은 책들이 많다는 걸 또 한 번 느꼈지. 기말 시험이 끝나면 읽어볼까 생각했는데, 그러려고 쌓아 놓은 책들이 한두 권이어야 말이지. 정말 고민되더군. 얼마 전에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마음이 동하기는 해. 소설은 이야기이니까,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글을 쓸 수 있을 듯했거든.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은 나는 이미 나이 들었다였지. 그러게 이제는 자유롭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고정 관념 따위는 내다 버리고 뭐든 자유롭게 해보고 싶어졌어. 자유롭게, 내 스타일대로.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예전에 암송했던 글귀가 혀끝에 맴돌더군. “옛글을 모방하여 글을 짓기를 마치 거울이 형체를 비추듯이 하면 비슷하다고 하겠는가?”로 시작하는 글인데 연암 박지원이 자기보다 20살이나 어린 엄친아 이서구를 위해 써준 글이지. 그래서 연암집을 꺼내 읽어봤어. 그러자 지금까지의 나의 글쓰기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글이란게 정해진 틀이 있는 건 아닌데, 자꾸만 틀에 맞추려고 했네! 이런, 멍청이.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네.

 

글은 글쓴이의 생각을 적는 거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생각을 하느냐이지 않을까? 단어, 문장, 구성은 부차적인 문제이지. 핵심은 하고 싶은 말이니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는 글도 좔좔좔 잘 써지지만, 딱히 하고 싶은 말이 없을 때는 내용도 문장도 구성도 다 엉망이 되어 버리지. 물론 좀 더 재미있게 흥미진진하게 쓰면 좋지. 연암의 글도 재미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읽는 거니까. 좋은 생각을 하고 재미있게 쓰기. 이게 앞으로의 나의 화두가 될 거라네. 재미있게 쓰려면, 이런저런 실험도 해봐야 하겠지. 엉망진창인 글이 나올지 좋은 글이 나올지는 알 수는 없지만, 쓰고 싶은 데로 써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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