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일][05월29일][365매일글쓰기] 나이
듦을 받아들이기
“시력이 좋으시네요.” 안과와
안경점에서 들은 말이다. 나는 왜 안과에 갔는가? 급격히
눈이 나빠져서 멀리 있건 가까이 있건 다 흐릿하게 보여서 답답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백내장 수술 받는 사람이 늘어나서 혹시 나도 백내장인가 걱정이 되어서 였다.
막상 안과에 도착해서 방문 이유를 밝히려니 별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시력 저하와 피로감이라고 했다. 이런 저런 검사를 받았다. “시력
좋으시네요.” 흠... 그런가? “다초점 말고 돋보기를 이용하시면 더 편합니다.” 흠... 글쿤요. 그리고 나서 어둠 속에서 번쩍번쩍하는 촬영을 여러 번
했다.
드디어 의사샘을 만났다. “나이가 들면 눈도 노화가 되어 약해집니다. 이제는 노화를 그러려니하고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흑... 나도 늙었구나. “현재로는 치료를 해야 할 증상은 없습니다. 혹시 모르니 4개월 후에 검사를 다시 한 번 해보시지요.” 네... 내 눈이 노화가 되어 노안이 왔을 뿐이다. 그리고 몇 가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사항이 있지만, 그것조차도
노화 때문이다.
나이 듦에 따라 신체 기능이 약화되는 것이 아쉽다. 손의 움직임도
둔화되었고(타자 칠 때 오타가 많아졌다), 잘 보이지 않고(낯선 환경에서 판단력이 떨어진다, 오타를 찾지 못한다), 건망증도 심해졌다(자꾸만 핸드폰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는다). 나날이 배는 나오고 키는 작아진다. 엄마의 김치 맛이 달라졌다고
느끼게 될 때가 가장 슬프다. 엄마의 김치 맛은 그대로 인데, 나의
입맛이 변했기 때문이다.
안과를 나서며, 나이 듦이 서글퍼졌다. 젊은 시절의 그 몸으로 되돌아갈 수 없음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안과
바로 아래에 있는 안경점에 가서 돋보기를 맞췄다. 오래 동안 끼고 있어도 편안한 테를 고르고, 이미지 왜곡이 적은 안경알을 골랐다. 핸드폰과 컴퓨터를 오랫동안
봐야 하기 때문에 블루 라이트 차단기능도 추가했다. 안경은 내일 나온다고 하니, 내일을 기다려 본다.
나이 들어도 젊게 살고 싶다. 책도 계속 읽고 싶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싶고, 좋은 경치도 오랫동안 즐기고 싶다. 오래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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