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일][05월15일][365매일글쓰기] 나는
닭발을 무서워 했었다
아주 어린시절, 할머니는 제사상에 올리기 위해 닭을 삶았다. 그 닭은 벼슬부터 발톱까지 다 있었다. 할아버지는 제기 위에 삶은
닭이 고개를 들고 웅크려 앉도록 모양을 잡았다. 제사 다음 날 아침 상에 그 닭이 올라왔다. 나는 눈을 감고 있는 닭의 머리도, 길다란 목도, 쭉 뻗은 발도 무서웠다.
할머니는 닭의 머리를 떼어내서 골을 꺼낸 다음에 이것은 너를 위한 특별한 음식이라며 주셨다. 똑똑해지라 당부하며 나에게 먹였다. 골은 의외로 맛이 좋았다. 냠냠!
닭의 살을 다 먹고 나면 항상 목과 발이 남았다. 닭의 목은 껍질을
벗긴 후에 두 손에 들고 소갈비 뜯듯이 먹으면 되었다. 닭의 목은 먹기 귀찮기는 했지만 맛이 좋았다. 냠냠!
그런데 닭의 발은! 닭의 발에는 살이 없다. 모양도 괴기스러웠다. 쫙 뻗은 발가락은 무서웠다. 발목을 들고, 발바닥의 두툼한 부분을 씹어봤다. 물컹한 것이 씹혔다. 우웩! 맛이
없다. 퉤퉤!
할머니의 뒤를 이어 어머니는 제사날마다 닭을 삶으셨다. 다행히 머리는
없었다. 항상 닭의 목을 먹었지만 닭발만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사춘기
때는 진저리를 치며 저 멀리 밀어놨다.
결혼을 한 후, 시부모님께서 낮 동안 아이를 돌봐 주셨다. 아이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돼지껍데기 볶음도 먹었고 무뼈 닭발 볶음도 먹었다. 뼈가 없는 닭발은 무섭지 않았다. 시어머니께서 맛있게 만드신 요리를
거부하고 싶지 않아서 먹어 보았다. 쫄깃? 물컹이 아니고? 식성은 세월따라 변한다. 어릴 때의 싫었던 감각이 이제는 좋았다. 매콤 짭조름한 양념 덕분에 자꾸 집어먹게 되었다.
남편 직장 근처에 유명한 닭발집이 있었다. 불닭발이다. 쫙 뻗은 양념 닭발도 팔고 무뼈 양념 닭발도 팔고 양념 오돌뼈도 판다. 인기가
너무 좋아서 항상 대기 줄이 길었다. 그 집 옆으로 몇개의 닭발집이 있었지만, 다른 닭발집은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남편이 시어머님을 위해 그
집의 무뼈 양념 닭발을 사왔다. 무척 매웠다. 한 점 먹고
물만 연거푸 들이마셨다. 너무 매우니 맛을 느낄 수 없었다.
아이와 나는 간혹 마트에서 돼지껍질 볶음과 무뼈 닭발 볶음을 사먹고는 한다. 시판
볶음은 맛이 그럭저럭하다. 어느 날 아이가 직접 요리해보고 싶다고 했다. 돼지껍데기는 어디에서 파나? 닭발은 어데서 사나? “애야, 오늘은 그냥 매운 닭발을 포장해올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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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 : 6.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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