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일][05월01일][365매일글쓰기] 1년의 삼분의 일 지점에서
오늘은 5월 1일이다. 12개월 중 4개월이 흘렀다. 일년을
셋으로 나누었을 때의 삼분의 일 지점을 지난 것이다. 글쓰기를 시작한 이후로는 시간이 그냥 흘러가지
않게 되었다. 글로 시간을 꼭꼭 붙들어 두기 때문이다. 매일
매순간의 경험을 글로 남길까 말까 고민하기 때문에 더욱 더 시간을 잘 기억하게 된다. 매일 글을 쓰는
일은 압박이 심하다. 오늘은 무엇을 쓸까? 주제 선정부터
글의 구성은 물론 문장표현까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일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을 완성하고
난 후의 기쁨 때문이다. 글은 하루를 살아낸 흔적이며 하루의 결실이기에 삶을 확장시키고 더 윤택하게
한다.
글쓰기 초보자로서 가장 어려운 일은 분석이다. 동일한 데이터와 정보가
주어져도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사고한다. 그리고 각자의 사고를 거쳐서 나온 결과는 천차만별인데, 글쓰기 초보자의 사고는 아직 여물지 못해서 빈틈이 많기 마련이다. 분석
결과가 하찮으면 글로 쓰기가 부끄럽다. 이런 식으로 폐기된 글감이 하루에도 두세개는 된다. 또한 어떤 일은 오랜 기간 추이를 지켜본 후에야 글감이 될 수 있다. 일의
첫머리에 성급하게 글을 쓰면 내용이 엉성해서 엉터리 글이 나오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매일 조금씩
생각을 덧붙이다가 어느 날 마음먹고 글을 써야 한다. 그러면 만족스러운 글이 나오고는 한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생각은 많은 데 늦은 밤이 되어도 글로 남길 내용이 없을 때가 있다. 이런 날은 어쩔 수 없이 필사를 해야만 한다.
글을 쓸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사실 확인이다. 글감에 대한
사실 확인이 안될 때는 과감히 글감을 버려야만 한다. 확인 안된 내용의 글이 바로 가짜뉴스이기에, 가짜뉴스 생성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글감을 폐기하는 것이다. 사실
여부는 정부기관과 국제단체 발표자료가 기본이 된다. 공신력 없는 자료를 사용하게 되면 가짜뉴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특정인의 인터뷰 내용도 사실 확인을 위해 자주 사용된다. 불특정인, 예를 들면 관계자의 인터뷰 내용은 과감히 폐기한다. 관계자가가 진짜 관계자가 아닌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그 관계자가 글쓴이의 동료일 수 있고, 그 동료는 또 다른 동료에게 들은 것을 글쓴이에게 말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감으로 가장 적절한 주제는 책이다. 독서를 한 후 단상을 쓰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다. 작가의 생각과 만나서 나의 생각이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를 적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책의 일부분을 발췌하기 때문에 양에 대한 부담도 던다. 오늘
읽은 책과 다른 책을 연결시키면 글의 내용이 더욱 풍부해진다. 작가 한 명과의 만남보다는 여러 작가와의
만남이 더 많은 이야기 거기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조지
오웰을 글과 논어를 연결시켜 보기도 하고, 삼국지와 사기에서 공통된 주제를 끄집어내기도 한다. 독서 이력이 길지 않아서 니체, 라캉, 루쉰 등과 연결되지 못해서 아쉽다. 독서를 꾸준히 해서 언젠가는
이들의 책을 읽고 단상을 쓰고 싶다.
요즘 흥미를 느끼는 주제는 사회 현상이나 사건에 대한 사실 확인이다. 언론의
보도 내용이 혼란스러울 때, 기사들을 읽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거나 각 기사에 대한 사실확인을 해보고는
한다. 여러 개의 보도자료를 찾아서 읽고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기사 내용이 사실인지를 확인하려면 탐정처럼 사건 추적을 해야만 한다.
광범위한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근거자료를 찾는 일은 많은 노력과 시간을 요구한다. 때로는
사건 추적에 허탕을 치기도 한다. 추적은 힘들기는 해도 흥미진진할 뿐만 아니라 성공적으로 사실 확인을
하고 나면 보람차기도 해서, 자꾸만 하게 된다.
최근에는 해외 언론의 꼬리를 따라가는 작업을 추가했다. 특히 IMF, OECD와 같은 국제 단체의 발표 내용을 자주 확인하고는 한다. 국내외
논문도 추가로 검색해서 자료를 보충하면 더 재미있어진다. 항상 문제는 시간이다. 하루는 24시간이고, 그
안에서 이것저것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간혹 연습삼아 CNN,
BBC 등의 보도를 확인해보고는 한다. 계속 연습하다보면 해외 매체 발표 내용을 더 정확하게
더 빨리 파악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희망해본다.
요즘 나의 글쓰기의 모토는 욕심 버리기이다.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에
무리수를 두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언론인이 자신이 실시간 방송을 하지 않는 이유가
방송을 시청하는 관중의 인기에 영합하고 싶은 욕심때문에 순간적으로 말 실수를 할까봐서라고 했다. 이것은
조지 오웰의 에세이 <코끼리를 쏘다>에서 백인
식민지 경찰인 조지 오웰이 자신의 등 뒤에 몰려있는 수천명의 버마인들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코끼리를 쏴야 했던 이유와 동일하다. 실제로 조지 오웰은 코끼리를 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코끼리는
이미 진정되어 얌전히 풀을 뜯어먹고 있었기 때문에 코끼리 주인이 와서 데려가기만 하면 사건은 종결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 조지 오웰은 군중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코끼리를 쏘고야 말았다.
이 사건으로 조지 오웰은 더 먼 곳으로 임지를 옮겨야만 했다고 한다. 물론 조지 오웰이
자신의 욕심때문에 코끼리를 쏜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나와 무관할 것같은 관중, 청중, 독자가 실제로는 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더 많이 읽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버리고 좋은 글을 쓰는 일에
더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365 매일 글쓰기를 시작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개월이 지났다. 하루하루 글감을 찾고 글을 써내었던 지난 4개월은 정말 알찼다.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만족감이 든다. 그래서 12월 31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쓰고 싶다. 더 나아가 천일을 꽉꽉 채우고 싶다. 천일을 지나 글을 쓸 수 있는 그 날까지 쓰고 싶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내 자신을 찾았고 일상의 가치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매일 글쓰기는 인생을 더욱 가치
있게 한다.
글자수 : 2196자
원고지 : 15.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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