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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일][04월30일][365매일글쓰기] 공명(共鳴)

[121][0430][365매일글쓰기] 공명(共鳴)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복제인간 로이 배티(룻거 하우어)가 죽음을 맞는 장면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삶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던 로이 배티가 쏟아지는 빗속에 주저앉아 찬란했던 자신의 인생을 말한다. 그리고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rs in rain.”을 끝으로 숨을 거둔다. 삶과 죽음을 가장 잘 표현한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가상 세계에서 막 깨어난 네오가 거대한 인간 건전지 탑을 경악에 차서 바라본다. 이 장면은 매 순간 나의 삶을 의심하게 만들고는 한다. 나 또한 매트릭스 안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는 지금 매트릭스 안에 있는건가? 수십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똑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는 한다.

 

영화 <가타카>에서는 DNA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점이나 사주가 인생을 100% 설명하거나 맞추지 못하는 것처럼 DNA 100% 현실을 대변할 수 없지만, 영화 속의 사람들은 DNA를 자격증처럼 사용한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태어난 우수한 DNA를 가진 사람은 사회의 상위계층을 차지하고 자연수정을 통해 태어난 보통의 DNA를 가진 사람은 사회의 최하층으로 전락한다. (? 이거 학벌사회이지 않나?) 대다수가 DNA의 지배에 순종할 때, 주인공은 인간의 의지가 DNA를 뛰어넘을 수 있음 증명한다. 물론 남들 모르게. 그리고는 더이상 DNA 자격증이 없는 세계로 떠나 버린다. 아침마다 직장 출입구에서 한 방울의 피로 자신임을 증명하던 장면은 뉴스에서 계급사회의 일면을 발견할 때마다 떠오른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마지막 편에서 프로도가 절대 반지를 출렁이는 용암에 빠뜨리는 장면은 내 마음 속에서 욕망이 솟구칠 때마다 상기하고는 한다. (파워, Power)에 대한 갈망에 시달릴 때 반지를 던지고 난 후의 프로도의 표정을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다 쓸데없는 짓이라고 다독인다. 평온한 일상이 최고이다.

 

그러므로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한 편의 위대한 영화 뒤에는 천만 편의 영화가 존재한다고요. 영화를 보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각기 다른 인생 경험과 일상의 감상들이 만나고 부딪치면서, 공명의 소리를 내는 것이지요. 이런 공명의 소리는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대사 한두 마디일 수도 있고 영화의 한두 장면일 수도 있지요. 심지어 이야기 전체일 수도 있고요. 이런 공명의 소리는 사람들을 유인하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관중을 영화의 한가운데로 끌어들여 자신의 인생을 다른 사람의 인생에 이입하게 하지요. 따라서 관중은 자신의 인생이 풍부해지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삶이 자기의 삶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위대한 영화는 관중이 각자의 기억과 감정 속에서 또 다른 영화를 탄생시키도록 만듭니다. 그 영화가 온전하지 않아서 중간에 일부가 누락되거나 자잘한 편린뿐이거나 그저 몇 개의 장면과 대사뿐이라 해도, 영화가 되기에는 충분합니다. -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318페이지, 위화, 푸른숲

所以我要说,一部伟大的电影后面存在着千万部电影,不同的观众带着不同的人生经历和生活感受去与这部电影接触碰撞发出共鸣之声。这样的共鸣之声或多或少,有时候是一两句台词,有时候是一两场戏,有时候甚至是整个故事。这共鸣之声也是引诱之声,引诱观众置身于电影之中,将自己的人生加入别人的人生里。观众会感到自己的人生豁然开朗,因为这时候别人的人生也加入自己的人生里了。所以一部伟大的电影会让观众在各自的记忆和情感里诞生出另外一部电影,虽然这部电影是残缺不全的,有时候可能只是几个画面和几句台词,但是足够了。-《我只知道人是什么》19页,余华,译林出版社

 

비단 영화만 그렇겠는가? 한 편의 글도 그럴 수 있다. 나는 지금까지 읽었던 책마다 동화되었고, 그 책은 나의 인생 속으로 들어와 나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나의 인생 또한 그 책으로 들어가 세상 속으로 널리널리 퍼져 나갔다. 나는 말로써, 글로써, 행동으로써 책을 퍼뜨리고 있었다. 인생이 고달펐던 20대의 어느 날, 나는 서점에서 한 권의 책을 샀다. 유대인 수용소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의사의 이야기였다. 그가 말하는 인생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의 고난은 그의 고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힘을 내어 전진했다. 인생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내 보겠다고 다짐했던 것이다. 최근에 나는 그 책을 다시 찾아보았다. 수십년 된 나의 기억 속에는 저자의 이름이 에리히 프롬이었다. 그러나 그의 저서 중에는 내가 찾는 책이 없었다. 너무 오래 전 일이라서 기억에 착오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 책의 저자가 누구든지 간에 그 책은 나의 20대의 든든한 기초가 되어 준 것만은 확실하다.

 

이렇듯 영화, , 소설, 산문, 그림, 연극, 오페라, 뮤지컬, 협주곡, 노래, 조각 등 이 세상의 훌륭한 창작물은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과 공명하여 더욱 더 큰 파장을 일으킨다. 한 사람의 인생만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주변까지 혹은 연결된 모든 사람까지도 변하게 한다. 이것이 훌륭한 창작물의 역할, 공명(共鳴)이다.

 

글자수 : 1972

원고지 : 11.3

 

#연금술사 #365매일글쓰기 #숭례문학당 #위대한작품의힘 #공명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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