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일][04월24일][365매일글쓰기] 소설가는
타고나는 걸까
상상이 뿜뿜하는 날이 있다. 현실의 바이러스를 보면서 무기 대신 바이러스로 싸우는 전쟁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나라 A가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경쟁국인 B에 바이러스를 퍼뜨리자 B는 A에게
변종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그 사이에서 나라 C도 변종을 만들어 D에
퍼뜨리는 등등등. 언론에서 크게 떠드는 사건을 보면서, 권력을
가진 악당을 응징하기 위해 비밀결사대가 악당에게 접근해서 구체적인 증거를 모은다는 이야기를 상상해보기도 한다.
상상했던 이야기를 글로 적어보려 하면, 해가 뜨면 안개가 싸~악 걷히듯이 키보드에 손을 올리는순간 이야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어쩌다
몇 문장 적는데 성공하더라도 이야기를 더 진척시킬 능력도 없다. 결국은 포기하고 만다. 몇 년 전에 포탈의 웹소설 코너에서 정말 재미있는 무협소설을 발견하고는 밤새워 몰아읽기를 했었다. 어떻게 이렇게나 재미있게 글을 쓸 수 있는지 감탄하고 또 감탄했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조카에게 추천해주기까지 했었다. 나는 왜 그런 글을 쓸 수 없는 걸까?
소설가는 타고나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나는 소설가가 될 수 없다. 나는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법을 모른다. 어릴 때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소설 쓰는 법을 배우면 소설가가 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 공부를 해보고 싶다. 이야기의 틀을 짜고 쓰고 재미있고 편집해서
사람들과 공유해보고 싶다. 이야기꾼이 되어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고 싶다.
아주 오래 전에 하이텔에서 <퇴마록>이라는 심령소설이 인기를 끌었다. 매일 하이텔에 접속해서 연재되는
글을 읽었었다. 어느 날 작가가 자기 자신에 대한 글을 올렸다. 자신은
공대생이고, 공학설계를 좋아한다며, 소설도 설계와 같다고
했다. 설계만 제대로 하면 소설을 쉽게 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나는 반신반의했다. “내가 당신처럼 글을 쓸 수 있다고?”
긴 시간 동안 먹고 살기 위해서 직업이 요구하는 글쓰기를 했다. 틀에
박힌 설계서, 계획서, 보고서를 오랜 기간 쓰다 보면 기계적인
글쓰기가 가능해진다. 읽고 요약하고 (간혹 생각하고 간혹
회의하고) 쓰면 된다. 수십에서 수백 페이지를 쓸 수는 있으나
모든 페이지에 기술되는 내용은 정의(Definition)와 기술(Description)과
절차(Flow or Procedure)만 있을 뿐이다. 그
긴 시간 동안에 마음 속에서 휘몰아치는 생각을 써보려고 여러 번 시도했었지만 모두 실패했었다. 쓰려고만
하면 무슨 생각이었는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아서였다.
다행스럽게도 작년부터 매일 글쓰기를 하면서부터 휘몰아치는 생각 한 가닥을 잡아서 구체화시켜 1천자 전후로 쓸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1천자도 못썼다. 쓰다 보니 1천자까지
갔고, 좀 더 분발하면 2천자까지도 쓸 수 있게 되었다. 작가들은 매일 2천자(원고지
10매)를 쓴다고 했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4천(원고지 20매)를 쓴다고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에 따르면 하루 4천자를 쓸 수 있으면, 언제든지 완성한
소설을 짧은 시간동안 완전히 다시 써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아직은 하루 4천자는 무리다. 게다가 매일 쓴 글의 품질도 들쭉날쭉하다. 큰 글을 구상할 능력도 없고, 큰 글을 끝까지 써내려 갈 체력도
부족하다.
이제 겨우 글쓰기의 즐거움을 맛보고 있는데, 자꾸 욕심이 난다. 더 잘 쓰고 싶고, 더 큰 글을 써보고 싶고, 더 재미있게 쓰고 싶다. 현실을 파고드는 글쓰기를 했던 조지 오웰도
<1984>, <동물농장>, <버마시절>과 같은 소설도 남기지 않았던가! 산문을 쓰다 보니 시가 쓰고
싶어지고 소설도 쓰고 싶어진다. 능력도 안되면서 말이다.
글자수 : 1381자
원고지 : 9장
#연금술사 #365매일글쓰기
#숭례문학당 #글쓰기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