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일][04월19일][365매일글쓰기] 107일차
아직도 선명한 그 날 그 아침
매해 4월이 되면, 바깥은
꽃으로 가득차고 따뜻한 바람이 불고 햇빛은 찬란해진다. 그러나 그 속에 서있는 나의 주변은 온통 먹구름이
낀 듯 춥고 스산하기만 하다. 그러다가 4월 16일이 가까워지면 매일 오전 9시마다 그 날의 그 아침의 그 바다의
그 배가 눈 앞에 선연히 떠오른다. 그날 나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아침을 차리고 가족들을 배웅했다. 속보가 떴고, 배가 바다 위에 기울어진 채로 누워있었다. 배 안의 사람들이 빠져나오는 듯도 했다. 한 때는 전원 구조되었다고도
했다. 참으로 충격적이었던 것은 TV앞에서 나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바다에 가라앉는 과정을 몇 시간에 걸쳐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너무 참담해서
망연자실했다. 어떻게 이럴수가!
그 와중에 누군가는 배 자체에 대해 이야기했고, 누구는 보험금을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사건 책임자를 말했다. 정말 이상했다. 그 배안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왜 그 사람들을 구조하지 않는지에
대해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만이 이상한 방식으로 사고하고 있나?
엄청난 충격 속에서 삶이 온통 회색으로 변했다. 아직도 선연히 떠오르는
바다에 누워있던 배와 어처구니 없이 속수무책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국가가 있었다. 왜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지 않는지 화가 났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단순 사고를 말했다.
그래 그 사고 이야기를 해보자. 도로 위에서 자동차 사고가 나면, 사이렌을 울리며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다. 사고를 당한 사람은 구급차가
실어가고, 사고가 난 차량은 견인차가 끌고 가고, 경찰과
보험조사원은 사고 경위를 조사한다. 이 모든 일이 신속하게 진행된다.
그런데 왜 배는?
더욱 더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그 배에는 누구나 타고 있었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 마을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그 날 그 배로 제주도 수학여행을 가려고 했었다. 그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었다. 당시 나는 자가용을 배에 싣고 제주도 여행을 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 이후 일어난 일들은 더욱 더 기가 막혔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조차 나는 국가의 보호를받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고 희생자들과 가족들은 조롱당하고
모욕당했다.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지만, 그들은 무시했다. 그들은 귀를 틀어막고 자기 주장만 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그
일을 부정하고 싶은 무리들이 나타났다.
그 일을 부정하고 싶은 당신, 함부로 말하지 말았으면 한다. 당신의 그 말은 아직도 그 날 그 아침 그 바다를 기억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비수를 꼽는다. 당신이 왜 그 일을 부정하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가슴을 후벼 파지는 말아 달라. 그렇게 해서 당신이 얻는 것이 고작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리는 것이라면 더욱 더 그러지 말았으면 한다. 그렇게 얻는 유명세가 당신에게 득이 되기 보다는
독이 된다는 것을 벌써 여러 해 동안 이런저런 일들로 증명되어 왔지 않은가!
아직도 수많은 부모들은 그 배에 탄 아이들을 자기 자식처럼 여기고 슬퍼한다. 해마다
4월 16일이 되면 그 차가운 바다에서 사라진 아이들을 떠올리며
눈물 흘린다. 이것은 결코 가벼운 감정이 아니다. 그 날
그 아침 그 바다의 일은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상흔을 남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하게 한다. 그러니 그 일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결코 함부로 그 일을 입에 올리지 말아
달라. 이렇게 간단한 부탁마저 거절할 것인가?
글자수 : 1269자(공백제외)
원고지 : 9.1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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